LG화학이 배터리 분쟁에서 SK이노베이션에 강경기조를 계속 보이고 있다.
 
하지만 LG화학이 ‘최고경영진의 대화’를 꺼낸 점을 두고 타협의 물꼬가 트일 가능성도 떠오른다. 
 
LG화학, '최고경영진 대화' 꺼내 SK이노베이션과 확전 자제하나

▲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총괄사장.


LG화학은 3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SK이노베이션에 적반하장격 행위로 소송의 본질을 흐린다고 비판하면서도 잘못을 인정하고 배상한다는 조건 아래 대화를 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LG화학은 이번 입장문에서 사과, 재발방지 약속, 손해배상 등의 요구조건을 유지하면서도 대화의 주체로 두 회사의 최고경영진을 구체적으로 들었다.

일각에서 LG그룹과 SK그룹의 총수가 나서서 직접 담판을 지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지만 LG화학은 ‘대화의 주체는 최고경영진’이라고 선을 그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만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자 이번 갈등이 총수들 사이의 불편한 관계로 확대되는 것은 경계하는 모양새라고 할 수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입장문에서 지칭한 ‘최고경영진’은 LG화학에서는 신학철 부회장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 측 최고경영진에 관해서는 말을 아꼈지만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총괄사장을 지칭한 것으로 풀이된다.

LG화학이 최고경영진 사이의 대화를 꺼내 타협의 여지를 남긴 것은 소송전이 장기화하는 만큼 두 회사의 부담도 커질 수 있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보인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모두 현재 진행 중인 영업비밀을 둘러싼 소송에서 더 나아가 특허권 침해 소송으로까지 이어지면 배터리사업과 관련해 부정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특허소송은 침해 여부를 가리기가 쉽지 않고 시일도 오래 걸린다. 앞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분리막 기술 특허권과 관련해 2011년부터 2014년까지 특허 관련 소송을 진행했는데 당시에도 3년가량이나 소송 공방이 이어졌다.

두 회사는 당시 "향후 10년 동안 쟁송을 하지 않는다"고 합의하고 관련 소송을 모두 취하했다. 특허권 관련 소송이 장기화할 수록 양측이 잃는 것이 더 많다는 사실을 두 회사 모두 경험으로 배웠던 셈이다.  

정부의 중재노력과 여론 악화도 LG화학이 계속 강경기조를 이어가는 데 부담을 안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지난 8월 30일 특허침해 소송을 둘러싸고 서로 입장문과 반박문을 발표하고 난 이후 “한국 양대 배터리사의 치킨게임에 중국과 일본 등 경쟁국가만 어부지리로 이득을 본다”, “같이 파이를 키워도 모자란 판에 지금이 집안싸움 할 때인가” 등의 비판이 업계 안팎에서 쏟아졌다.

LG화학은 지난 4월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영업비밀침해 인력 빼가기를 통해 핵심기술을 유출했다며 미국 델라웨어법원과 국제무역위원회에 제소했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지난 8월30일 국제무역위원회에 LG화학과 LG전자, LG화학의 미국 법인을 특허침해로 제소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소송계획을 밝힌 것을 놓고 8월30일 반박문을 내놓은 데 이어 3일에도 사과와 재발방지, 보상을 있을 때 대화에 응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입장문을 추가로 발표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석현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