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3사가 에탄운반선 발주를 불러올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타결을 고대하고 있다.

에탄은 연료로서, 나아가 석유화학제품 원재료로서의 가치도 지니고 있다. 미국의 공급과 중국의 수요가 맞물리고 있어 업계에서는 곧 에탄운반선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본다.
 
조선 3사, 에탄운반선 발주 열어줄 미중 무역협상 타결 학수고대

▲ (왼쪽부터) 권오갑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부회장,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남준우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셰일가스 수출을 확대하는 작업이 진행되면서 에탄운반선의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에탄은 셰일가스에서 뽑아내는 연료이지만 최근 석유화학 원재료로도 각광받고 있다. 에탄은 나프타의 원재료로도 쓰이는 데 기존의 나프타보다 가격이 저렴해 에탄 분해설비(ECC)들이 최근 미국에서 대거 가동되고 있다.

미국 최대의 셰일유 및 셰일가스 생산지인 텍사스 퍼미안분지에서 동남부 해안으로 가스를 운송하는 EPIC파이프라인이 2020년 2~3분기 완공을 목표로 건설되고 있다. 2022년에는 보몬트 지역의 파이프라인도 완공된다.

동시에 중국에서는 에탄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에서는 2020년 180만 톤, 2021년 200만 톤, 2022년 275만 톤 규모의 에틸렌을 생산하는 에탄분해설비가 가동을 앞두고 있는데 에틸렌 생산량으로 따지면 미국 에탄분해설비들의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에탄의 물동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지며 조선3사는 에탄운반선 수주에 기대를 품고 있다.

에탄운반선 수주경험이 있는 조선사는 한국조선해양 6척(옵션 3척 포함), 삼성중공업 12척(옵션 3척 포함), 중국 다롄조선 5척(옵션 3척 포함) 뿐이다.

이 가운데 삼성중공업은 6척의 선박을 차질없이 인도해 세계 최초로 인도실적을 쌓았고 한국조선해양은 현재 건조를 진행 중이다. 

반면 다롄조선은 인도기한을 어겨가며 1척만을 인도했고 나머지 4척은 인도 일정을 맞출 수 없다며 건조를 포기해 사실상 수주 후보군에서 멀어져 있다. 대신 대우조선해양이 수주 기회를 엿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도 에탄운반선의 설계능력과 건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발주량 자체가 적어 수주하지 못했을 뿐 수주전 참전은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수요와 공급이 맞물리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점, 선박 1척을 건조할 때 1년 이상이 걸린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에탄운반선의 발주가 본격화될 시기는 멀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조선해운 전문매체 헬레닉시핑뉴스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에탄 물동량 전망치를 고려하면 단기적으로 에탄운반선이 최소 30척 필요하다”며 “미국 보몬트 가스전의 수출용 파이프라인까지 갖춰지는 2022년부터는 중국뿐만 아니라 인도나 유럽으로 에탄을 운송할 에탄운반선도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일부 에너지 및 석유화학회사들은 이미 에탄운반선을 확보하기 위해 물밑에서 움직이고 있다.

조선해운 전문매체 트레이드윈즈는 영국 석유화학회사 이네오스가 9만 CBM(입방세제곱미터)급의 초대형 에탄운반선 2척의 발주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미국 가스회사 AGT(Agility Gas Technologies)가 16만5천 CBM급의 ‘점보’ 에탄운반선을 발주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했다.

에탄운반선은 고부가선박으로 조선3사가 수익성을 고려해 수주에 눈독을 들일만한 선종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은 세계 최초로 초대형 에탄운반선을 수주해 성공적으로 건조한 바 있다”며, “독보적 기술력과 건조 경험을 바탕으로 시장을 계속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이 2014년 수주했던 8만7천 CBM급 에탄운반선은 1척의 건조 가격이 1억2천만 달러였다.

현재 17만 CBM급 초대형 LNG운반선은 1척의 건조 가격이 1억9천만 달러 안팎이다. 에탄운반선의 크기가 AGT가 염두에 두는 16만5천 CBM급으로 커진다면 건조가격이 초대형 LNG운반선과 비슷하거나 혹은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

다만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에탄운반선 발주 본격화를 가로막고 있다.

중국은 무역분쟁이 격화되자 미국산 셰일가스에 관세 25%를 매겼다. 이 때문에 2019년 2분기 중국은 미국산 셰일가스를 전혀 수입하지 않았다.

앞서 1일 두 나라가 추가관세를 부과하는 등 무역장벽이 높아지고는 있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나 중국 상무부 모두 9월 재개될 협상을 취소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수주를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업황 회복이 우선돼야 기회가 있다”며 “무역협상이 잘 타결돼 에탄운반선 발주가 본격화된다면 수주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