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인더스트리와 SKC가 일본의 수출규제로 새삼 주목받는 소재회사가 됐다. 

두 회사는 일본의 수출규제 품목 가운데 하나로 접는(폴더블) 스마트폰에 꼭 필요한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 제조기술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 SKC, 일본 디스플레이소재의 대체기술로 새삼 주목

▲ 장희구 코오롱인더스트리 대표이사(왼쪽)와 이완재 SKC 대표이사 사장.


1일 코오롱인더스트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 양산을 시작한 데 이어 고객사를 늘리는 데 힘쓰고 있다.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은 폴더블 디스플레이나 롤러블 디스플레이에 유리나 플라스틱 기판 대용으로 쓰이는 첨단소재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2016년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을 개발하고 2018년에 생산공장을 완공했다. 이 공장에서는 연간 약 300만 대의  폴더블폰에 적용가능한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을 생산할 수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이미 올해 2분기에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의 판매실적을 올린 것으로 파악된다.

2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코오롱인더스트리는 "2분기 필름과 전자재료 매출액에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 매출액도 일부 포함돼있다"며 "고객사와의 공시관계로 그 비중을 알려줄 수 없지만 3분기에는 공개할 수 있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2분기에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1491억 원, 영업이익 616억 원을 냈다. 2018년 2분기보다 매출은 4.6%, 영업이익은 7.5% 올랐다.  이 가운데 2분기 필름 및 전자재료부문 매출액은 1532억 원, 영업이익은 68억 원으로 2018년 2분기보다 매출은 9.5% 늘어나고 영업이익은 흑자로 전환했다. 

노우호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올해 2분기 실적을 보면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의 판매량 증가도 수익성 개선에 기여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 설비의 추가 증설과 관련해서는 "새롭게 투자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내부에서 논의 중"이라며 "시장을 면밀하게 모니터링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희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에는 폴더블폰의 본격 판매가 시작돼 코오롱인더스트리의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 매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도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상업생산 중인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은 7월 일본이 수출규제로 지정한 풀루오린 폴리이미드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고 파악했다. 

SKC는 올해 10월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 생산설비를 완공하고 시제품을 생산한다.

SKC는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 제작공정에서 베이스 필름공장과 코팅공장을 함께 확보하고 있어 고객사의 대응에 빠르게 응대할 수 있다는 강점을 엎세워 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SKC 관계자는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 제작공장과 코팅공장, 베이스 필름공장이 바로 몇 백 미터 떨어진 가까운 거리에 있다”며 “고객사가 원하는 제품을 빠르게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와 SKC가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의 양산기술을 확보한 것은 한국 IT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전자는 중국 화웨이와 차세대 스마트폰인 폴더블폰시장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앞두고 있는데 일본의 규제로 그에 쓰이는 핵심소재의 조달에 문제가 생긴다면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과 비슷한 제품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세계 생산량의 90%를 일본 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와 SKC는 삼성전자나 화웨이 등 스마트폰 제조업체의 폴더블폰 출시를 앞두고 있어 고객사 확보에도 크게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조사기관인 SA는 폴더블폰의 수요가 2019년 320만 대에서 2022년 5000만 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 시장은 이제 막 열리고 있는 단계”라며 “스마트폰에 사용될 뿐 아니라 디스플레이에도 적용 가능하고 자동차 등에서 유리기판을 대신할 경량화 소재로 쓰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의  제조기술을 보유한 업체가 세계적으로 몇 곳에 불과하고 시장도 형성되는 단계라 향후 성장가능성도 크다.

게다가 일본 정부가 올해 7월 발표한 수출규제 대상품목에 플루오린 폴리이미드가 포함되면서 소재 국산화 여론를 바탕으로 국내 기업들의 수요를 확보하는 일도 어렵지 않을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수출규제 발표 후 두 달 사이에 포토레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는 수출을 허가한 반면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아직 수출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일본 수출규제 품목에 폴리이미드 필름이 포함되면서 폴리이미드 필름을 생산하는 국산 업체에게 기회가 돌아갈 것으로 예측했다.

김정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폴더블 패널은 시장 형성단계로 코오롱인더스트리, SKC 등 잠재적 공급 가능업체가 있어 일본 수출규제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며 “향후 소재 국산화가 진행되면 국내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이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석현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