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딜라이브 인수를 다시 추진할 수 있을까?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을 두고 부정적 기류가 되살아나며 KT가 딜라이브 인수에 나설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KT 딜라이브 인수 다시 나서나,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 부정적 기류

▲ 황창규 KT 대표이사 회장.


30일 KT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KT는 딜라이브 인수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두고 있다.

KT 관계자는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과 관련한 결론이 나오기 전까지는 구체적 방안을 이야기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딜라이브 인수작업은 멈춰둔 상태로 가능성을 아예 배제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KT는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 문제가 1년 넘게 국회에서 지지부진하게 이어지자 지난해부터 추진해왔던 딜라이브 인수를 사실상 중단하고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태도를 보여왔다.

하지만 최근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와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유료방송 합산규제를 두고 부정적 의견을 내놓고 있다는 점을 KT는 눈여겨 보고 있다.

최 후보자는 9월2일 열릴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한 인사청문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해외 규제 동향을 감안하고 규제 불확실성 해소와 시장경쟁 촉진을 위해 합산규제를 재도입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 후보자는 30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유료방송 합산규제 폐지는 전반적으로 산업 발전에 따라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사전규제 폐지에 따른 역작용 문제는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유료방송 합산규제를 논의하는 과기정통부와 방통위의 수장들이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을 두고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고 한 목소리를 낸다면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과 인수합병을 제한하는 강력한 사후규제안이 나올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행정부의 반대의견을 외면하고 굳이 재합산 규제를 도입할 이유도 딱히 보이지 않는다는 시선도 있다. 자유한국당을 포함한 야당들도 청문회 정국에 이어 선거법 논의, 정기국회, 예산안 심사 등 중요한 일정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떨어지는 유료방송 규제 논의에 무게를 실을 가능성이 적다.

최근 미국의 통신사의 인수합병 사례가 국회의 합산규제 재도입 목소리를 낮추는 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세계 정부들이 통신사들의 합병과 통신사 케이블TV의 인수합병 규제를 완화하는 양상”이라며 “이런 흐름은 국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7월 미국 법무부가 미국의 통신사 ‘스트린트’와 ‘T모바일US’의 합병을 승인하면서 두 통신사의 합병은 사실상 유력해졌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승인이 남았지만 연방통신위원회는 합병을 찬성하는 태도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인터넷 동영상서비스(OTT)들이 급성장하며 유료방송시장 상황이 급변하고 있는 점도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 가능성을 낮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싣는다.

과기정통부가 7월30일 주최한 ‘방송통신기업 인수합병 토론회’에 참석한 교수들은 한목소리로 인터넷 동영상서비스가 급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료방송시장 인수합병을 산업 활성화 관점에서 바라보고 규제를 완화해야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황창규 KT 대표이사 회장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에 힘이 빠질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황 회장을 청문회 위증 등의 혐의로 고발하고 아현국사 화재사고와 관련해 책임지고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등 날선 비판을 이어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가 황 회장의 퇴진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황 회장의 임기는 2020년 2월까지로 9월부터 후임 인선이 본격화되고 있어 KT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세가 사그라들 수 있다는 것이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7월12일 과방위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8월로 미뤄졌지만 8월 과방위는 정부 개각 움직임에 관련 회의도 열지 못했다. 통신업계에서는 정부 개각이 완료되면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 여부를 결론낼 것으로 보고 있다.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이 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나면 KT는 그동안 중단했던 딜라이브 인수에 다시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KT가 원하는 대로 몸집 불리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정치권은 물론 정부에서도 사후규제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어 KT의 딜라이브 인수를 막는 수준의 규제장치를 마련할 수 때문이다. KT스카이라이프의 분리를 요구하는 일부 의원들의 목소리도 여전하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위성방송과 케이블TV, IPTV(인터넷TV) 사업을 유료방송으로 묶고 한 사업자가 시장 점유율 33.33%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2015년 6월에 3년 한시법으로 도입돼 2018년 6월 일몰됐지만 국회에서 합산규제 재도입을 두고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