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하나은행이 ‘파생결합증권(DLS) 사태’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해 고액자산가의 이탈을 막기 위해 분주하다. 

하나은행은 고액자산가 위주의 프라이빗뱅킹사업에서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앞선 은행으로 꼽혀왔는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충성고객이 등을 돌릴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KEB하나은행, 파생결합증권 사태로 고액자산가 이탈할까 대응책 부심

▲ 지성규 KEB하나은행장.


29일 하나은행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하나은행은 파생결합증권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내부시스템 개선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우선 프라이빗뱅킹에서 주로 판매되는 사모펀드상품을 놓고 여러 부서의 실무진들이 모인 상품위원회에서 위험성을 평가할 계획을 세워뒀다. 기존에는 투자상품부에서만 평가가 이뤄졌다. 

또 이번에 문제가 된 파생결합증권상품을 프라이빗뱅킹(PB)지점에서만 판매했던 만큼 고액자산가를 주로 상대하는 프라이빗뱅커의 핵심성과지표(KPI)도 손보기로 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프라이빗뱅커의 성과지표에 상품 수익률이 반영되는 비율이 기존에는 5% 정도였는데 이 비중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라이빗뱅커 등 상품 판매직원들이 고객의 수익률보다는 새로운 상품을 판매하는 데 더욱 집중하면서 이번 사태가 발생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그동안 은행권에서는 판매직원을 평가하는 핵심성과지표 항목을 대부분 소비자보호나 수익률 등 질적 요소보다는 신규상품 판매실적 등 양적 요소 위주로 구성돼 지적을 받아왔다.

하나은행은 이전부터 프라이빗뱅킹 분야에서 강력한 입지를 다져왔는데 이번 사태에 따라 충성고객이 대거 이탈할 수도 있는 위기상황에 놓였다. 

지난해 말 기준 하나은행의 프라이빗뱅커는 321명, 프라이빗뱅킹 지점은 모두 250곳으로 시준은행 가운데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인프라 측면에서 신한은행이나 KB국민은행, 우리은행을 크게 앞서는 것이다.

하나은행이 이번 파생결합증권 사태에 휘말린 것을 놓고 뼈아플 수밖에 없는 이유다. 

더욱이 하나은행이 판매한 영국 및 미국 금리연계형 파생결합상품 가운데 20% 가량이 만 70세 이상 고령자에 판매됐고 만 90세 이상 초고령자 가입자도 11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불완전판매' 의혹도 점점 커지고 있다.
 
고액자산가들은 일반적으로 복수의 은행 지점을 비교하면서 자산관리사를 선택하는 만큼 이번 사태가 하나은행에 미칠 영향은 적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투자자 단톡방에서도 “우리은행이나 KEB하나은행은 믿고 걸러야 한다”는 내용의 글들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있다.

이에 따라 하나은행이 프라이빗뱅킹사업의 규모 등 양적 방면 외에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신한은행은 핵심성과지표에 고객수익률 비중을 10%로 잡아왔고 최근 이를 30%까지 올리기로 결정했다. SC제일은행 역시 판매실적 외에 판매 후 관리 및 고객자산 보호 등 비재무적 요인을 핵심성과지표에 절반 정도 포함해두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은행권에서는 상품판매 위주로 실적을 잡았던 만큼 수익률이나 사후서비스 관리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며 “하나은행이 ‘프라이빗뱅킹 명가’의 이미지를 되찾기 위해 질적 성장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