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신라젠 임원들의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를 본격 조사하면서 문은상 신라젠 대표이사의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신라젠 주가 하락으로 소액주주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은 반면 문 대표는 1천억 원이 넘는 금액을 거둬 ‘먹튀’ 논란이 다시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
 
[오늘Who] 신라젠 임원 향한 검찰수사 본격화, 문은상 책임론도 커져

문은상 신라젠 대표이사.


29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신라젠 일부 임원들의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를 조사하기 시작하면서 문 대표로 수사대상이 확대될 것으로 보는 전망이 나온다. 

신현필 신라젠 전무는 8월2일 미국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DMC)가 항암바이러스 ‘펙사벡’의 임상중단을 권고하기 약 한 달 전인 7월 신라젠 주식 16만7777주를 약 88억 원에 장내 매도했다.

검찰은 신 전무가 펙사벡이 임상에 실패했다는 미공개정보를 이용(내부자거래)해 미리 주식을 처분했다는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28일 부산 신라젠 본사와 여의도 서울지사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신라젠은 28일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내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를 받는 대상은 일부 임직원에 국한됐다”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검찰수사가 일부 임원의 일탈행위만 대상으로 했음을 부각했다. 

하지만 문은상 대표도 이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보는 시선도 업계에 자리잡고 있다.

문 대표는 신라젠 주가가 최고치에 이르렀던 시기인 2017년 12월부터 2018년 1월 모두 156만2844주의 신라젠 주식을 매도해 1325억 원을 벌었다. 당시 문 대표의 친인척도 4명도 800억 원가량을 팔면서 ‘먹튀’ 의혹이 불거졌다.

문 대표는 당시 1천억 원대의 세금을 내기 위해 주식을 매도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상당한 기간 지속됐다. 게다가 문 대표는 주식 매각 직후인 2018년 3월 서울 이태원동에 위치한 대지면적 617㎡(187평)의 고급 단독주택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신라젠 주주들의 원성을 샀다. 

신라젠 주가는 문 대표가 주식을 처분한 뒤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신라젠 시가총액은 한때 10조 원에 육박했으나 현재 7500억 원까지 내려앉았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주가가 10분의 1 토막이 나면서 15만 명에 가까운 신라젠 소액주주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신라젠의 소액주주는 코스닥 상장사 가운데 압도적으로 가장 많다.

문 대표가 최근 신라젠 주가가 급락한 뒤 책임경영 차원에서 36억 원의 자사주를 장내매수했지만 신라젠 주주들의 분노를 잠재우는 데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가 처분한 1300억 원의 주식에 비하면 3%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연관된 문제이기 때문에 검찰 뿐만 아니라 국회에서도 신라젠과 문 대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언주 무소속 국회의원은 7일 “문은상 대표는 단기간에 수천 억을 벌었고 이제와서 회사가 어려우니 주식을 조금 매입하겠다고 하면서 책임을 피해가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바이오붐을 이용해 신라젠 임원들이 개인적으로 큰 이득을 취하는 사이 개미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보면서 문 대표는 도덕적 책임뿐만 아니라 법적 책임까지 져야 할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신라젠의 상장폐지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바이오업계의 한 관계자는 “펙사벡의 임상이 중단돼 신라젠의 기업가치가 없어져 상장폐지가 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데 아직 그렇게 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