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추진해 왔던 전월세 신고제를 도입할 채비가 갖춰지고 있다. 

세입자 보호라는 명분과 임대소득 과세 증가라는 실리가 있지만 임대사업자의 세금 증가에 따른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지는 과제로 꼽힌다.
 
김현미, 전월세 신고제로 ‘세입자 보호’와 ‘과세’ 모두 잡게 될까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27일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최근 국회에 상정된 부동산 거래신고법 개정안은 전월세 신고제를 긍정적으로 봐왔던 김 장관의 뜻이 반영된 법안으로 평가된다.

이 개정안은 주택 임대차(전월세) 계약을 체결한 날로부터 30일 안에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계약 당사자와 보증금을 비롯한 각종 사항을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하는 내용을 뼈대로 삼았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했지만 그전에 국토교통부와 함께 법안 내용을 검토하고 논의해 왔던 점을 고려하면 정부에서도 전월세 신고제에 힘을 싣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김 장관은 이전부터 전월세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관심을 보였다. 이를 위한 수단으로서 전월세 신고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긍정적으로 검토해 왔다.  

그는 장관 취임 직후인 2017년 7월 기자간담회에서 “전월세를 비롯한 주택 임대를 주택거래 신고제처럼 투명하게 보여주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2월 소득주도성장 정책토론회에서도 “주택임대차시장은 아직도 임대료와 임대유형 등에 관련해 정확한 실태 파악도 안 되는 현실"이라며 "더 나은 국민의 삶을 위해 정부와 공공이 앞장서서 풀어가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전월세 신고제가 도입되면 정부가 전월세시장 상황을 더욱 정확하게 살펴볼 수 있어 관련 정책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 

전월세 계약을 모두 신고하게 되면 확정일자(증서가 작성될 날짜와 관련해 완전한 증거라고 법률에서 인정하는 날짜)도 무조건 받는 만큼 세입자가 보증금을 떼일 가능성도 낮아진다. 

기존에는 전월세 세입자가 우선변제권을 확보하기 위해 동사무소에서 확정일자를 따로 받아야 했는데 그런 불편함을 덜 수 있는 셈이다. 

주택을 전월세로 빌려주는 임대사업자의 수익도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는 만큼 주택임대에 매기는 세금이 늘어날 수 있는 점도 정부에게 장점이 될 수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정부는 2018년 8월 기준으로 전월세용으로 추정되는 주택 673만 가구 가운데 22.8%만 임대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전월세 신고제가 도입되면 현재 불확실한 임대차 관련 통계를 더욱 정확하게 잡으면서 세입자 보호와 임대주택 수급정책의 설계 등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바라봤다.  

다만 임대사업자의 수익이 확실하게 공개되면서 관련 과세가 늘어나게 되는 점은 양날의 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김 장관이 전월세 신고제에 힘을 싣더라도 지역이나 주거형태에 따라 단계적 도입을 추진하면서 부작용을 보완할 정책도 함께 펼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대사업자가 전월세 세입자에게 세금부담의 일부를 떠넘기면서 전월세 임대료가 오를 수 있다. 세금부담이 커진다면 임대사업자 수가 줄어들면서 전월세 공급이 줄어들 우려도 나온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 시절 전월세 신고제 도입이 각각 검토됐다가 임대료 상승과 공급량 조절 문제가 제기되면서 결국 무산된 전례도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전월세 신고제를 도입해 주택임대시장을 확실하게 파악하고 시장을 안정화하는 공급-수요정책을 펼친다면 좋은 일”이라면서도 “과세와 가격통제가 목적이라면 장기적으로 부동산 임대차시장의 왜곡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