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폐배터리에서 수산화리튬을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수산화리튬은 고효율 배터리의 핵심재료로 수요가 공급을 크게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SK이노베이션은 재활용 기술을 통해 수산화리튬의 확보처를 다변화하려는 것으로 파악된다.
 
SK이노베이션, 폐배터리에서 공급부족한 핵심재료 추출 개발 눈앞

▲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총괄사장.


22일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2020년 상용화를 목표로 전기차 폐배터리의 양극재에서 고농도 수산화리튬을 회수하는 기술을 독자개발하고 있다. 빠르면 올해 안에 개발이 완료된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2차전지를 재활용해 재료를 회수하려는 시도는 계속 있었으나 고농도의 수산화리튬 형태로 회수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은 SK이노베이션이 세계 최초”라고 말했다.

수산화리튬의 안정적 확보는 전기차배터리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이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는 데 큰 힘이 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후발주자의 약점을 기술적 역량으로 극복하기 위해 미래가 밝은 고효율 전기차 배터리시장에서 우위에 서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완성차회사들은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효율이 높은 배터리를 탑재하려 노력하고 있는데 SK이노베이션도 이에 발맞춰 니켈 함량을 높인(하이니켈) 리튬이온배터리를 핵심 제품으로 내세우고 있다. 수산화리튬은 이 배터리를 만드는 데 필요한 핵심소재다.

SK이노베이션은 이미 수산화리튬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4월 중국 톈치그룹의 자회사 톈치리튬퀴나나와 장기 공급계약을 맺었다.

호주 퀴나나에서 생산하는 수산화리튬 가운데 20∼25%를 7월1일부터 2024년까지 공급받는다. 물량은 최대 5만 톤으로 전기차 104만 대 분의 배터리를 제조할 수 있는 수준이다.

여기에 폐배터리에서 재료를 추출할 수 있는 기술까지 확보하게 되면 SK이노베이션은 수산화리튬 확보망의 안정성을 더욱 높일 수 있게 된다. 

SK이노베이션이 수산화리튬 확보에 공을 들이는 것은 전기차배터리 수요가 크게 늘면서 수급 불균형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포스코경영연구소의 이슈리포트 ‘포스리’에 따르면 2019년 수산화리튬의 공급량은 4만1천 톤, 수요는 4만6천 톤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2025년에는 공급 21만 톤, 수요는 31만6천 톤으로 수요와 공급의 격차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 제조사들뿐만 아니라 유럽의 완성차회사들까지 직접 배터리 생산에 나서고 있어 수산화리튬 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다. 

폴크스바겐은 5월 독일에 10억 유로(약 1조3천억 원)를 투자해 12GWh 규모의 배터리 셀 생산공장을 세우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생산능력을 앞으로 30GWh까지 늘리기로 했다.

다임러벤츠는 2030년까지 배터리분야에 3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1월에는 2020년 생산을 목표로 폴란드에 배터리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BMW도 2025년까지 배터리분야에 45억 달러를 투자한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아직 기술 개발이 완료된 것은 아니라 추출한 수산화리튬을 자체적으로 소비할지 혹은 판매할지를 명확히 밝히기 어렵다”면서도 “기술 개발이 완료된다면 재료 확보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춘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