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공동체 원했던 MBC 기자 이용마 끝내 영면, 향년 50세

▲ 이용마 MBC 기자가 2017년 12월11일 복직 후 서울 상암동 MBC에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지막으로 너희들에게 부탁이 하나 있다. 나의 꿈을 기억해주기를 바란다. 너희들이 앞으로 무엇을 하든 우리는 공동체를 떠나 살 수 없다. 그 공동체를 아름답게 만드는 것, 그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 나의 인생도 의미가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용마 MBC 기자는 2년 전 쓴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에 이런 말을 남겼다. 

이용마 기자가 21일 오전 6시44분 서울아산병원에서 복막암으로 투병 끝에 별세했다. 향년 50세. 

고인의 빈소는 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되며 발인은 23일, 장지는 경기 성남시 분당메모리얼파크다. MBC는 이 기자의 장례를 사우장으로 치르기로 했다.

언론인 출신의 이낙연 국무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언론개혁과 진실추구에 바친 짧은 생과 투병 중의 따뜻한 웃음이 오래 기억될 것”이라며 “고인이 이루지 못한 꿈은 산 사람들의 몫으로 남았다”고 기렸다.

이 기자는 언론개혁의 상징적 인물이다. 2012년 MBC 노조 총파업을 이끌다 1호 해직기자가 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 마찬가지로 해직 PD 출신인 최승호 MBC 사장이 취임하고서야 2017년 12월 복직을 할 수 있었다.

1969년 전북 남원에서 태어나 전주고등학교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1996년 MBC에 기자로 입사해 사회부, 문화부, 외교부, 경제부, 정치부 등을 두루 거쳤다. 

사회 기득권층을 비판하는 시각을 지니고 산림보전지역 내 호화 가족묘지 고발기사,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 감사 과정과 관련한 밀착취재 등으로 특종보도했다.

2011년부터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홍보국장으로 활동했고 2012년 김재철 사장 퇴진과 공정방송 실현을 요구하며 170일 동안 파업을 주도했다. ‘사내 질서를 어지럽혔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해직 후 서울대 대학원에서 ‘한국 사회 계층균열의 등장과 정당 재편성’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고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미디어협동조합 국민TV에서 ‘이용마의 한국정치’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2016년 복막암 말기 판정을 받았으나 2017년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를 출판하고 MBC 파업콘서트에 참여해 “언론이 질문을 못 하면 민주주의가 망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등 언론개혁을 향한 목소리를 꾸준히 내 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2016년 이 기자를 문병했고 올해 2월에도 이 기자를 다시 찾았다.

이 기자는 문 대통령이 다녀간 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문 대통령은 참으로 고마운 분”이라며 “나 같은 게 뭐라고 이렇게 챙겨주시니 고맙기 그지 없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문 대통령에게 소득주도성장정책 기조를 유지해 줄 것과 방송사 사장 선임에 국민대표단을 운영하는 방안 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