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은 얼마에 매각될까.

아시아나항공의 몸값이 최대 2조 원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흥행 장담 못해, 몸값 대폭 낮아질 수도

▲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예비입찰이 9월에 이뤄진다.


그러나 인수전의 흥행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몸값이 전망치보다 크게 낮아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예비입찰이 9월에 이뤄진다.

현재 시장에서 나오는 아시아나항공 몸값은 다양하다.

단순히 구주만 매각하는 게 아니라 신주 발행도 함께 해야 하는 만큼 정확한 몸값은 추산하기 어렵다.

최대 2조5천억 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말도 나왔지만 지금의 분위기로선 사실상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에 팔리려면 한화그룹이나 SK그룹 등 자금력을 충분히 갖춘 대기업들이 인수를 위해 경쟁적으로 높은 가격을 써내야 가능한데 두 곳 모두 인수설을 부인하고 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공개적으로 긍정적 의사를 밝힌 곳은 애경그룹과 KCGI뿐인데 둘 다 자금력은 충분하지 않다.

금호산업은 이번에 아시아나항공 주식 6868만8063주(31%)를 매각한다. 20일 아시아나항공 종가 5510원을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3800억 원 수준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30% 붙는다고 쳐도 5천억 원이 조금 못 된다.

자회사 지분을 더해도 몸값이 크게 오르지는 않는다.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매각되는 자회사 가운데 상장된 회사는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등인데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에어부산의 지분가치는 1600억 원, 아시아나IDT의 지분가치는 1700억 원에 그치는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비상장 자회사인 에어서울, 아시아나개발, 아시아나에어포트 등의 지분가치를 더해도 매각가격이 1조 원에는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세 회사 모두 매각을 향한 기대감에 1년 전과 비교해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는 점을 볼 때 인수후보가 구주 가격을 시세대로 쳐줄지는 미지수다.

아시아나항공 주가가 매각이 공식화된 뒤 작은 소식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어 당장 예비입찰과 본입찰이 이뤄지는 9월과 10월의 주가 역시 전망하기 쉽지 않다.

과거의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전망이 좋은 기업이 매물로 나오면 예상 밖의 인수후보가 등장하면서 몸값이 치솟았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기존의 전망치를 훨씬 밑도는 가격에 매각이 결정되기도 했다. 

지난해 초 KDB산업은행이 호반건설을 대우건설 인수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할 때도 대우건설 몸값은 1조6200억 원에 그쳤다. 당시 매각가격은 대우건설 주가였던 6천 원대 초반에 경영권 프리미엄 25% 정도를 얹어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 매각이 시작됐을 때만 해도 몸값은 2조~3조 원대로 추정됐다.

아시아나항공이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30%를 받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처음 매각이 공식화됐을 때만 하더라도 특수성과 희소성 등에 비춰볼 때 경영권 프리미엄이 더 붙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지금의 분위기는 그때와 상반된다.

아시아나항공의 차입금이 경영권 프리미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신주 발행규모는 각 기업의 의사에 달려있는데 구주 가격과 마찬가지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통 크게 써내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내심 1조 원대의 유상증자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면 신주 가격도 당연히 올라가겠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인수전에 뛰어든다 하더라도 ‘못 사면 그만’이라는 분위기가 있다”며 “애경그룹이나 신세계그룹 등은 주력산업에서 적자를 냈고 SK그룹 역시 전기차배터리 등에 많은 투자를 한 데다 SK하이닉스 실적도 악화됐는데 1조 원을 신주 인수에 쓸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