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균 조사위', 한국전력과 발전자회사 통합논의에 불을 붙이다

▲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 김지형 위원장이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력산업 구조개편 논의가 다시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태안화력발전소의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 사망사고가 위험의 외주화 논란을 촉발하면서 한국전력 발전자회사의 통합이 구조적 해법으로 제시됐기 때문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가 발전사업 통합을 권고하면서 전력산업 구조개편 논의에 방아쇠를 당긴 것으로 파악된다.

특별노동안전조사위는 19일 김용균씨 사망사고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사고원인이 개인의 책무위반이 아니라 위험의 외주화라는 구조적인 데에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서 전력산업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며 가장 먼저 발전사업을 통합할 것을 권고했다.

특별노동안전조사위는 국무총리 소속 기구로 활동기간은 9월까지이지만 활동기간 이후에도 정부가 권고사항을 정책에 반영하는지 살피는 점검회의를 운영하기로 했다. 발전사업 통합 권고를 놓고 정부의 응답을 기다리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공교롭게도 산업통상자원부는 6월 ‘전력시장 효율성 제고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해 진행하고 있다. 전력산업 구조개편 이후 전력시장 현황과 경쟁력을 분석하고 전력시장 경쟁도입의 성과와 문제점을 짚어보기 위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산업부 관계자는 “특별노동안전조사위 권고가 나오기 전에 추진한 연구용역으로 특별노동안전조사위 권고와는 관련이 없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에서 전력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제기한 만큼 12월에 끝나는 연구용역 결과에 많은 관심이 쏠린다.

전력산업 구조개편은 경쟁도입을 목표로 20년 전인 1999년부터 추진돼 왔으나 현실적 제약과 반대의견에 부딪혀 중간에 멈춰있는 상황이다.

애초의 목표는 발전·배전사업을 모두 분할해 민영화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2001년 한국전력이 6개 발전회사를 분할하고 전력도매시장인 전력거래소를 설립하는 1단계까지만 이뤄졌다.

한국전력에서 배전사업을 분할하고 소매시장을 개방하는 2단계 구조개편은 2004년 노사정위원회 결정으로 중단됐다.

정승일 산업부 차관은 2018년 12월 국회 에너지특별위원회에서 “애초 목표까지 전력산업 구조개편 진도가 나가지 못해 지금 시점에서 잘된 점과 잘못된 점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전력산업의 구조에 문제가 있어 개편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문제는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방향성이다. 

이전에 마무리하지 않은 민영화를 마무리하는 방향으로 갈지 아니면 이전의 발전사 분할부터 되돌려 공영화하는 쪽으로 갈지를 놓고 의견이 나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 특별노동안전조사위가 발전사업 통합을 권고하면서 후자의 의견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이전 정부들은 지속적으로 민영화를 하는 방향으로 진행해 왔다. 이명박 정부에서 발전시장을 민간에 대폭 개방했고 박근혜 정부는 발전공기업 상장과 전력판매시장 개방 등을 추진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의 발전소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한 정규직화는 이런 흐름에 반대되는 방향으로 해석된다. 이번에 특별노동안전조사위도 경상정비업무를 한전KPS로 통합하라고 권고하며 정규직화에 동조했다.

이미 정치권에서 특별노동안전조사위가 주장한 발전사업 통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2018년 국정감사에서 이훈·홍의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성과를 평가하고 전력산업구조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훈 의원은 5월 전기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발전사 분할의 결과가 계속 비효율과 불필요한 손실을 초래하는 상황”며 “재통합을 통한 손실 방지를 검토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