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인터넷TV(IPTV)의 콘텐츠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가 기약없이 늘어지고 있어 인수합병을 통해 외형 확대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강화함으로써 ‘집토끼’를 지켜 점유율을 유지하는 쪽으로 전략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유료합송 합산규제 논의 늘어져, KT 콘텐츠 강화해 점유율 지키기 총력

▲ 5일 서울시 종로구 KT 광화문빌딩에서 구현모 KT 커스터머앤미디어(Customer&Media)부문장 사장(오른쪽)과 넬슨 히치콕 스콜라스틱 사장이  ‘IT 기술을 활용한 키즈 영어교육 콘텐츠사업 협력’ 업무협약(MOU)을 맺은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KT >


18일 KT가 미국 유아동 출판사 스콜라스틱과 협력해 KT의 IPTV인 올레TV를 통해 선보인 유아동 대상의 영어교육 콘텐츠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KT 관계자는 “올레TV 키즈랜드에 스콜라스틱의 콘텐츠를 내놓은 뒤 온라인 맘카페에서 올레TV가 큰 화재가 됐다”며 “예전에는 TV가 보고 즐기는 도구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요즘에는 가정에서 교육에 많이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018년부터 2019년 상반기까지 올레TV의 콘텐츠 사용 통계를 낸 결과 고객들이 IPTV를 통해 이용한 콘텐츠 가운데 유아동을 대상으로 한 키즈 콘텐츠 사용비중이 35%로 가장 높았다고 설명했다.

KT는 올해 5월 스콜라스틱과 협약을 맺고 영어교육 콘텐츠를 독점으로 제휴해 올레TV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올레TV의 유아동 전용관인 키즈랜드에서는 KT가 스콜라스틱과 제휴한 영어교육 코텐츠 220여 편과 뽀로로, 핑크퐁 등 캐릭터를 활용한 영어교육 콘텐츠 220여 편 등 500편이 넘는 영어교육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KT는 영어교육 콘텐츠가 고객들의 호응을 얻자 8월 스콜라스틱과 추가 협약을 맺고 영어교육 콘텐츠에 KT의 5G통신,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등을 정보통신기술(ICT)를 접목해 새로운 형태의 영어교육 콘텐츠를 내놓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올레TV 시청자 가운데 60%가 50대 이상의 시니어층이라는 점을 감안해 시니어 콘텐츠 확대에도 힘을 쏟고 있다.

KT는 ‘룰루낭만’이라는 시니어 전용관을 출시하고 외국 영화를 더빙해 제공하는 특별관과 함께 여행, 골프, 낚시 등 취미생활은 물론, 지식, 건강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다양한 영화 콘텐츠 확보를 위해 해외 영화제작사들과 협력에도 힘을 쏟고 있다. 올레TV 가입자들이 구매한 콘텐츠 가운데 영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45%로 가장 높기 때문이다. 

KT는 워너브러더스와 소니픽쳐스, NBC유니버설, 브에나비스타인터내셔널, 파라마운트픽쳐스, 이십세기폭스까지 할리우드 6대 메이저 스튜디오와 협력해 개봉을 앞둔 영화를 미리 보여주는 ‘올레tv 초이스’ 서비스를 올해 4월부터 제공하고 있다.

KT가 IPTV 콘텐츠 확보에 집중하는 것은 유료방송 합산규제에 손발이 묶여 외형 확장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KT는 합산규제 재도입 관련 논의가 길어지자 지난해 말부터 추진했던 딜라이브 인수 추진을 잠정 중단하고 있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7월 국회에서 재논의됐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다시 8월로 미뤄졌다.

소관 부서인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수장이 모두 교체 과정에 있어 8월에도 유료방송 합산규제와 관련한 결론이 나오기가 쉽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KT 관계자는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결론을 내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지금 인수합병을 이야기하기는 힘들다”며 “KT가 내부적으로 할 수 있는 콘텐츠 확보에 집중해 기존에 확보한 가입자들에게 좋은 품질의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2015년 6월에 3년 한시법으로 도입돼 2018년 6월 일몰됐지만 같은 달 합산규제를 재도입하는 법안이 발의된 뒤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국회에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