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은 어느 기업이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이 되길 바랄까?

SK그룹과 한화그룹이 자금력을 제외하고 인수 이후 통합작업 등을 고려했을 때에도 최적의 인수자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수 뒤 성공' 능한 SK 한화, 아시아나항공 인수 적임자로 꼽히는 까닭

▲ 14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매각가격이 최대 2조 원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SK그룹, 한화그룹 등이 꾸준히 인수후보로 오르내리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매각가격이 최대 2조 원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SK그룹, 한화그룹 등이 인수후보로 꾸준히 오르내리고 있다.

이 밖에 GS그룹과 신세계그룹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애경그룹과 사모펀드 KCGI는 인수를 놓고 긍정적 의사를 이미 밝혔다.

KDB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이 찾고 있는 새 주인의 조건은 명확하다. ‘돈 있고 능력 있는 주인’이다. 지금으로선 이 기준에 가장 부합한 곳은 SK그룹과 한화그룹으로 보인다.

SK그룹과 한화그룹은 각각 재계순위 3위, 7위로 아시아나항공 매각가격을 감당할 수 있는 충분한 여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인수한 뒤에도 외부여건에 흔들리지 않으면서 투자를 꾸준히 늘릴 자금력 역시 탄탄하게 갖추고 있다.

항공사를 운영한 경험이 없긴 하지만 그룹 안에 역량을 입증받은 두터운 전문경영인이 포진돼 있고 외부에서 전문가를 충분히 수혈할 만한 능력 역시 있다.

특히 인수합병 자체를 위한 재무 전문가뿐만 아니라 인수합병 이후의 통합작업을 맡을 전문가가 많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SK그룹과 한화그룹은 인수합병을 통해 성장한 만큼 합병 이후 통합작업(PMI)에 강점을 보여왔다. 조직 내부에서 인수합병과 외부 출신을 향한 적대감도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인수합병에서 가격 역시 중요하지만 가격은 인수한 뒤 기업가치를 높이면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며 “인수 그 자체보다 인수 이후 업무나 사업, 조직문화 등에서 통합을 이뤄내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를 더욱 철저하게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최근 몇 년 동안 사업을 확대하고 투자를 늘리는 과정에서 보여준 경영능력과 판단력 역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최근 몇 년 동안 사적인 일을 제외하고는 구설에 오른 적이 없다.

오히려 두 사람은 SK하이닉스 인수나 삼성그룹의 화학계열사 인수 등 국내 인수합병 역사에 한 획을 그을 만한 대규모 인수합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경험이 있다. 모두 재계에서 ‘신의 한 수’로 꼽히는 인수합병 사례들이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실 원인이 근본적으로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잘못된 경영적 판단에 있다고 보고 있는 채권단 쪽에서 오너 리스크 역시 무시하기 어려운 변수다.

롯데그룹, 신세계그룹 등 유통기업의 인수전 참여 가능성도 제기된다. 두 곳 모두 주력이 유통사업인데 국내에서 성장이 한계에 부딪힌 데다 온라인으로 주도권마저 넘겨주고 있어 새로운 사업의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다만 이마트가 사상 첫 적자를 내는 등 본업에서도 고전하고 있어 대규모 인수합병에 참여할 여력은 없어 보인다. 롯데그룹은 당분간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인수합병에 나설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인수를 놓고 긍정적 의사를 밝힌 애경그룹도 본업이 안 좋기는 마찬가지다. 애경산업은 2분기에 어닝쇼크에 가까운 실적을 냈고 하반기 전망 역시 밝지 않다. 제주항공 역시 2분기에 적자를 냈다.

재계의 다른 관계자는 “신세계그룹이나 애경그룹 등은 본업이 좋아도 자금력이나 인수 이후 투자여력 등을 놓고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라며 “본업에서도 허덕이고 있어 인수전에 참가할 가능성이 높지 않고 나오더라도 채권단에게 좋은 점수는 못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KCGI는 애경그룹에 이어 두 번째로 인수를 놓고 긍정적 의사를 밝힌 곳이다.

다만 채권단 입장에서 가장 원하지 않는 인수후보일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을 중장기적으로 경영할 인수자를 원하고 있는 만큼 언제든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사모펀드인 KCGI를 인수자로 선정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자금력은 물론 경영능력 역시 물음표가 따라다닌다.

시장에서도 KCGI가 실제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