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들 스마트한 초저가는 오늘 내일 당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중장기적 여정이 될 것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이마트 생존을 건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
 
정용진, 이마트 생존 건 '초저가' 장기전 대비해 자금 곳간 채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이마트 오프라인 매장 등 보유 부동산을 유동화해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고 자금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이마트의 대대적 변화를 위한 물적 토대 마련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13일 이마트에 따르면 이마트는 올해 안에 오프라인 점포 건물을 매각한 뒤 재임차해 운영하는 ‘세일앤리스백’ 방식을 통해 약 1조 원을 조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마트는 이를 위해 13일 KB증권과 10여 곳 안팎의 오프라인 점포 자산의 유동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마트의 이런 결정은 국내 유통시장의 치열한 경쟁상황,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오프라인 할인점의 지속적 실적 부진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마트가 시장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고 프로모션을 하려면 비용이 필요하다보니 점포 매각 등 자산 유동화를 통해 현금흐름을 확보한 다음 공격적 프로모션을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중간은 없다’를 화두로 내걸고 초저가시장에서 이마트 성장의 기회를 잡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그는 “아마존이 ‘고객의 절약을 위해 투자한다’는 슬로건 아래 가장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끊임없이 투자하고 있는 것처럼 신세계그룹도 본질적 문제를 놓고 생각해야 한다”며 “시장을 선점하려면 신세계그룹만의 스마트한 초저가 모델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마트는 최근 제조, 물류, 유통, 판매 등 모든 과정에서 본질적 구조 개선을 진행하며 유통구조 혁신을 통한 상시적 초저가상품을 내놓고 있다.

이마트는 기존 30만 병 정도를 매입하던 와인을 1백만 병 매입하는 등 대량매입 방식은 물론 새로운 해외소싱처 발굴, 제품 생산과 판매 과정의 최적화 등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다만 쿠팡과 티몬 등 e커머스기업들이 가격 경쟁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으며 치킨게임을 지속하고 있는 데다 롯데쇼핑, 홈플러스 등도 경쟁에 가세하고 있어 쉽지 않은 싸움이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소매유통업의 경쟁강도는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마트 등 오프라인 할인점은 안팎으로 ‘위기’의 순간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유통업이 전반적으로 성장 정체를 겪고 있는 가운데 온라인유통채널이 저렴한 가격과 신속한 배송, 차별화된 서비스를 앞세워 오프라인 영역으로 침투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황용주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온라인전문기업들이 출혈경쟁을 감수하면서 배송 경쟁력에 집중하고 있고 최저가 전략을 지속하는 등 국내 대형마트시장의 대내외 경쟁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며 “대형마트는 배송, 상품, 가격 측면에서 온라인쇼핑과 경쟁 접점이 과거와 비교해 확대되면서 차별화 요소가 약화되고 있다”고 바라봤다.

이마트는 실제 올해 2분기 사상 첫 영업손실을 내며 국내 유통시장의 변화를 예상보다 빠르게 맞닥뜨렸다.

정 부회장은 수년 전부터 오프라인 할인점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정 부회장은 2017년 6월 이마트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일본은 불과 15년 만에 대형마트 매출이 반토막났다”며 “우리나라 대형마트도 더 가깝고(편의점), 더 편하고(온라인몰), 더 즐거운(쇼핑몰) 경쟁 유통채널에 밀려 선택받지 못할 수 있다”고 강조한 뒤 새로운 것에 도전해달라고 당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