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DB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이 인슈어테크(보험+IT)를 활용한 사업비 절감 및 틈새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주요 보험상품의 보험료율을 올리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팔면 팔수록 오히려 적자가 나는 보험영업 '보릿고개'를 인슈어테크로 넘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남, DB손해보험 '보릿고개'를 IT 접목한 '인슈어테크'로 넘는다

김정남 DB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


13일 DB손해보험 실적발표 자료에 따르면 DB손해보험의 합산비율(사업비율+손해율)은 6월 기준 105.8%로 나타났다. 1년 전보다 5.4%포인트 높아졌다.

합산비율이 100%보다 높으면 보험영업에서 손실을, 낮으면 이익을 봤다는 뜻으로 DB손해보험이 보험상품을 팔 때마다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이는 자동차보험 손해율과 장기 위험손해율이 모두 치솟았기 때문이다.

DB손해보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9%로 1년 전보다 9.1%포인트, 장기 위험손해율도 92.6%로 같은 기간에 10%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이 120%에 이를 정도로 치솟았는데 '문재인 보험'의 풍선효과로 실손의료보험금 청구건수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한 문재인 보험이 시작되면서 의료 이용량이 크게 늘면서 실손의료보험에서 보장하는 비급여항목 진료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손해율을 안정화기 위해서는 자동차보험 및 실손의료보험 보험료를 높여야하지만 여건이 마뜩치 않다.

자동차보험료는 이미 올해 2차례에 걸쳐 인상한 만큼 소비자들의 반발을 감안하면 올해 추가 인상은 쉽지 않다. 실손의료보험료 인상 역시 금융당국과 논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일러야 내년에 이뤄질 것으로 점쳐진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보험사와 금융당국이 과잉진료 문제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지만 구조적 요인으로 단기간 해결이 쉽지 않다”며 “일시적으로 진료건수가 줄어들 수도 있지만 문재인 보험에 따른 풍선효과를 해결할 근본적 방안은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 사장은 하반기에 사업비 절감과 탄력적 자산운용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이익 관리에 나서겠다는 전략을 세워뒀다.

인슈어테크를 활용해 업무를 효율화해 사업비를 절감하는 것과 동시에 새 수익원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김 사장은 올해를 ‘인슈어테크 도약의 원년’으로 선언하고 올해 초부터 꾸준히 인슈어테크 전문기업 및 마이데이터기업, 핀테크기업들과 협력범위를 넓혀왔는데 하반기부터 구체적 서비스들을 선보이고 있다.

보험서비스 플랫폼 개발회사인 지앤넷과 손잡고 실손보험 보험금 청구 간소화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2020년을 목표로 인공지능 보험설계사인 ‘AI 인슈어런스 로보텔러’도 개발하고 있다.

최근 손해보험업계에서 인보험 등 장기 보험상품 판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보험설계사에게 주는 수수료도 높아지고 있는데 인공지능 보험설계사를 활용하면 사업비 부담을 한결 덜 수 있다.

비용 절감뿐 아니라 고객 편의성 확대 및 틈새시장 공략에도 인슈어테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간편결제 카카오페이로 보험금을 납부하는 서비스와 카카오톡으로 자동차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서비스 등이 하반기부터 서비스되고 있으며 반려견의 ‘코 무늬(비문)’로 가입하는 펫보험 등을 선보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김 사장은 1952년에 태어나 다른 손해보험사 CEO들과 비교해 비교적 고령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 인슈어테크를 가장 앞장서서 도입하며 DB손해보험의 돌파구를 찾고 있다”며 “다만 최근 굿리치, 인바이유 등 전문 인슈어테크업체가 등장하고 카카오페이, 토스 등 핀테크사들의 보험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는 만큼 경쟁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