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시스템반도체기업 AMD와 협력을 강화하며 데이터서버에 쓰이는 차세대 메모리의 공급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차세대 메모리반도체는 인공지능 등 신기술을 적용하는 고성능 서버의 시장 확대에 맞춰 급성장이 예상돼 한국 반도체기업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AMD와 협력해 차세대 메모리 성장기회 넓혀

▲ 리사 수 AMD CEO.


13일 외국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인텔이 장기간 독점하던 서버용 CPU시장에서 AMD가 입지를 빠르게 넓힐 것으로 전망된다.

AMD는 7일 출시 행사를 열고 새 서버용 CPU ‘에픽’ 2세대 제품을 공개했다. 최고 사양의 제품이 인텔의 동급 CPU와 비교해 성능은 80% 높고 가격은 40% 낮아 강력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미국 증시에서 AMD 주가가 새 CPU 공개 뒤 이틀만에 최대 21%의 상승폭을 보일 정도로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증권분석지 마켓리얼리스트는 “AMD의 새 CPU는 서버 고객사에서 눈에 띄는 수요 증가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AMD의 서버용 CPU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텔은 현재 서버용 CPU시장에서 95% 안팎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사실상 시장을 독점하고 있지만 AMD는 내년까지 점유율을 10% 이상으로 끌어올리며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텔의 반도체 미세공정 발전 속도가 크게 늦어지며 AMD에 경쟁력이 뒤처지고 있기 때문이다.

리사 수 AMD CEO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텐센트와 바이두 등 세계 대형 IT기업이 이미 인텔 대신 AMD의 최신 CPU를 서버 구축에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글과 페이스북도 데이터서버에 AMD의 CPU 도입을 검토중인 만큼 대형 IT기업의 수요가 AMD의 서버용 CPU로 기울어진다면 시장 판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바뀔 수도 있다.

리사 수 CEO는 증권분석지 더스트리트와 인터뷰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반도체기업과 협력도 AMD의 CPU 기술 발전을 이끄는 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AMD CPU 기반 서버에 사용되는 PCIe 4.0규격 SSD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최근 양산을 시작했다고 밝힌 PCIe 4.0 SSD는 1초당 8천MB의 데이터 전송속도를 구현할 수 있는 차세대 서버용 메모리반도체 저장장치로 AMD의 새 서버용 CPU와 함께 사용된다.

AMD는 보도자료를 통해 AMD의 새 프로세서를 지원하는 삼성전자의 고성능 메모리를 통해 혁신적 성능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AMD와 차세대 서버에 탑재할 프로세서와 메모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밀접하게 협업하며 고객사들에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가 최근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힌 HBM2E규격 D램도 앞으로 AMD가 출시하는 서버용 CPU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기존 D램과 다른 구조를 갖춰 데이터 전송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HBM D램은 그래픽반도체나 서버용 프로세서와 함께 장착돼 CPU 성능을 더욱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SK하이닉스는 AMD의 새 서버용 CPU를 지원하는 고성능 D램과 SSD 등 메모리반도체 제품을 공급해 성능 강화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AMD도 본격적으로 서버용 CPU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기업과 협력하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시장의 예상대로 AMD가 대형 IT기업에 서버용 CPU 공급을 빠르게 확대한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차세대 서버용 메모리반도체 공급을 늘리면서 동반 성장효과를 볼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AMD와 협력해 차세대 메모리 성장기회 넓혀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왼쪽)과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AMD의 서버용 CPU는 인공지능 연산기술을 활용하는 서버에 주로 탑재되는 만큼 4차산업혁명시대를 맞아 IT기업들의 인공지능 서버 투자가 급증하고 있어 수요 전망이 밝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기술력과 발전 속도는 마이크론 등 해외 경쟁사와 비교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메모리반도체업황 악화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실적에 타격을 받고 있지만 차세대 메모리는 수익성이 높고 업황 변동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아 안정적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MD를 통해 서버 분야로 차세대 메모리반도체의 공급기회를 넓히면서 한국 반도체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더욱 높일 기회가 열리고 있는 셈이다.

반도체기업 관계자는 “HBM2E D램 등 차세대 메모리반도체의 범용성을 확보한다면 공급 확대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