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실적 하락세가 예상보다 더 가팔랐다.

올해 2분기 이마트의 영업적자는 예견된 일이었지만 그 규모가 당초 증권가의 전망을 훌쩍 뛰어넘으며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이마트 적자 충격, '위기는 생각보다 빨리 온다' 정용진 경고가 현실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이마트는 주력사업인 오프라인 할인점에서 그동안 강세이던 식료품부문에서 온라인유통채널의 공세에 맞닥뜨리면서 눈에 띄게 휘청거리고 있다. 

12일 증권가 분석을 종합하면 이마트는 당분간 실적 부진의 어두운 터널을 인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오프라인 할인점의 위기는 시장과 소비행태의 변화 등에 따른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2분기 할인점에서만 영업손실 43억 원을 냈다. 할인점 기존점 매출이 2018년 2분기보다 4.6% 역신장했다. 

오프라인 할인점은 이미 2013년부터 온라인유통시장의 발달에 가장 직접적 피해를 보고 있었는데 최근 1년 사이에는 그나마 대형마트를 지탱해주던 식품부문마저 온라인으로 그 무게추가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이마트 실적 부진의 가장 근본적 요인은 온라인유통채널의 식품부문 침투”라며 “2018년 하반기 이후 쿠팡을 비롯한 온라인유통기업들이 식품부문을 대대적으로 확충하고 마케팅을 확대하고 있는데 이마트의 온라인몰은 시장 성장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온오프라인 유통기업들이 국내 유통시장의 전반적 업황 둔화 속에서 식품시장을 확보하고 수성해 성장 모멘텀을 유지하려고 각축을 벌이고 있는 만큼 대형마트 매출은 2019년과 2020년 각각 전년보다 3%, 4%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연구원은 올해 3분기 들어 식품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본격화된 만큼 현재 시점은 이마트의 실적 회복을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덧붙였다.

이마트가 현재의 ‘어닝쇼크’를 극복하고 미래 생존과 성장의 바탕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사업 전반의 체질 변화를 통해 온라인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식료품소비시장 추세를 따라잡는 것이 우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는 현재 변화하는 시장과 소비자에 맞춰 사업의 구조적 부분에서부터 근본적 변화와 투자를 추진해야 하는 시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올해 6월 말 하반기 경영전략 회의에서 “위기는 생각보다 빨리 오고 기회는 생각보다 늦게 온다”며 “현재 상황에서 우리는 역량을 축적해야 하고 기회가 왔을 때 축적된 역량을 바탕으로 반드시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마트는 올해 하반기 식료품부문을 중심으로 경쟁력 회복에 온 힘을 쏟는다. 이마트는 신선식품부문에서 가격 경쟁력과 상품 우월성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신선식품센터의 효율을 증대하고 전략적 매입을 강화하며 프리미엄 상품군으로 이원화에 더욱 힘을 싣겠다는 구체적 전략을 세웠다. 또 간편형 밀키트(손질된 재료가 담긴 반조리 간편식) 상품을 확대하고 상품의 품질을 고급화한다.

이마트는 오프라인 매출이 80%에 이르는 사업체질 개선에도 전력을 다한다.

이마트는 올해 말 온라인전용 물류센터 ‘네오’ 의 세 번째 센터를 열고 온라인 신선식품 새벽배송을 올해 약 2만 건, 2022년까지 3만5천 건에서 5만 건으로 늘리기로 했다.

7월 기준 30% 수준에 머무는 온라인몰 재구매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 마련에도 힘쓴다.

차재헌 DB투자금융 연구원은 “온라인 식품시장의 급격한 팽창과 그에 따른 오프라인 유통의 객수 감소에 대한 우려가 매우 높지만 적은 보이지 않을 때 가장 공포스럽다”며 “이마트는 수년 동안의 투자를 통해 전국 단위의 콜드체인 유통망과 자동화 물류센터를 확보하고 있고 기존 신선상품 라인업으로 가장 확실한 새벽배송 상품 라인업을 구축할 수 있어 온라인유통채널과 경쟁을 결국 극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으로 영업손실 229억 원을 냈다. 증권가에서는 이마트의 2분기 영업손실 규모를 47억~105억 원 수준으로 추정했는데 훨씬 더 나빴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