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Who] 첫 여성 공정위원장 후보 조성욱, ‘재벌개혁’ 소신 강해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9일 서울 중구 공정거래조정원에서 공정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재벌개혁론’의 소신을 앞세워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편에 힘을 싣는 공정경제 정책기조를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9일 학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조 후보자는 경쟁정책과 기업 지배구조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재벌의 지배구조 개편을 계속 유도해야 한다는 소신을 보여왔다.

그는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직후 밝힌 소감에서도 “재벌개혁도 공정경제도 (둘 다) 중요하다”며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는 학계에서 주로 활동했다. 전임 공정거래위원장인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처럼 재벌개혁 운동의 전면에 등장하진 않았다.

그러나 조 후보자가 쓴 논문이나 토론문 등을 살펴보면 정부가 재벌의 지배구조 개편을 유도해야 하는 필요성이 여러 차례 강조되고 있다.

조 후보자는 글로벌 재무전문 학술지 가운데 세계적 권위를 갖춘 ‘금융경제학 저널’에 2003년 ‘기업 지배구조 및 수익성’ 논문을 실으면서 명성을 높였다.

이 논문은 한국재벌이 낙후된 지배구조와 과도하게 높은 부채 의존도에 영향을 받아 연쇄적으로 도산하면서 1997년 외환위기를 불러왔다는 분석을 담고 있다. 

조 후보자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시절 썼던 논문들을 살펴봐도 정부가 재벌의 지배구조 개편으로 이끄는데 힘써야 할 필요성이 여러 차례 강조됐다. 

조 후보자는 2001년 논문 ‘경제위기 이후 재벌정책의 성과에 대한 실증분석’에서 “재벌 정책을 얼마나 신속하게 완화하느냐를 고민하기보다는 개별부문의 구조조정을 실천해야 한다”며 “지배구조 확립과 정착을 위한 진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바라봤다.

그는 2002년 논문 ‘외환위기 이후 재벌구조 변화에 대한 실증분석’에서도 “재벌의 행태나 구조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구조조정을 오랫동안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 후보자가 쌓아온 공직활동 경력도 재벌의 불법행위 제재와 연관돼 있다. 

2013년부터 2018년 4월까지 금융위원회 아래 증권선물위원회에서 비상임위원으로 활동했다. 증권선물위는 자본시장의 불공정거래를 감독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는다. 

조 후보자는 증권선물위에서 대우조선해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의 분식회계 제재에 참여했다. 조 후보자가 삼성바이오로직스 제재를 결정할 때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는 말도 나온다.  

물론 조 후보자가 공정위원장에 오르면 재벌개혁을 추진하면서도 이전보다 유연한 태도를 취할 수 있다. 지금도 규제개혁위원회 민간분과 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증권선물위와 규제개혁위 위원을 연이어 맡으면서 기업실무를 잘 파악하고 있는 점도 조 후보자의 강점으로 꼽힌다.

조 후보자는 공정거래위원장으로 확정되면 재벌의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는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국회 의결을 끌어내는 데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일감몰아주기 규제 등 기존의 공정경제 정책과 청와대·정부의 혁신성장 기조 사이에서 김 실장 등과 손발을 맞춰나갈 것으로도 전망된다. 조 후보자는 김 실장의 서울대 1년 후배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도 “조 후보자는 뛰어난 전문성과 개혁 마인드를 바탕으로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한 공정경제의 제도적 완성 등 공정거래위원회의 당면현안을 차질 없이 추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는 1964년 충청북도 청주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에서 학사와 석사학위를 받은 뒤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뒤 미국 뉴욕주립대 교수,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고려대 경영학부 교수를 거쳐 2005년부터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임하고 있다. 

고려대 경영학부와 서울대 경영학과의 첫 번째 여성 교수로 각각 이름을 올렸다. 이번에도 임명이 확정되면 역시 첫 번째 여성 공정거래위원장이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