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Who] 이동걸, 구조조정에서 혁신기업 투자로 산업은행 중심이동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20~30년 뒤 지금의 혁신기업이 삼성이나 현대 못지 않게 성장하고 젊은이들에게 ‘내가 (산업은행) 회장일 때 투자해 키운 기업’이라고 자랑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 기업이 한두 곳만 있다면 산업은행 회장으로서 충분할 것 같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어떤 회장으로 기억되고 싶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이 회장은 취임 초기부터 꾸준히 산업은행의 역할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해왔는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취임 2년 만에 산업은행의 무게추가 기업 구조조정에서 혁신기업 지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KDB생명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매각주관사를 선정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이동걸 회장이 늦어도 내년 3월까지는 KDB생명을 매각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만큼 조만간 매각주관사 선정이 이뤄지고 매각공고도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KDB생명까지 매각되면 산업은행의 주요 자회사 가운데 현대상선, 한진중공업, STX조선해양 등만 남게 된다. 이 회장이 취임한 뒤 금호타이어와 대우조선해양 등의 매각을 속전속결로 마무리한 결과다.

이 회장은 그동안 여러 차례 임기 안에 꼭 이루고 싶은 일로 혁신기업 지원과 국내 기업의 세대교체를 꼽았는데 취임 2년 만에 목표 달성에 성큼 다가섰다.

특히 구조조정 자회사 KDB인베스트먼트 출범과 스타트업 박람회 ‘넥스트라이즈’ 개최는 그 결실로 꼽힌다.

KDB인베스트먼트는 7월 공식 출범해 현재 대우건설 매각을 위한 몸 만들기에 한창이다. 올해 안에 산업은행으로부터 다른 자회사 지분도 넘겨받는다.

올해 처음 열린 넥스트라이즈도 성공적으로 신고식을 마쳤다. 이틀 동안 열린 행사에 200여 개의 스타트업이 참석했고 8천여 명의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몰렸다.

국내 스타트업 관련 박람회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참가 기업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회장 역시 행사가 열린 날 하루 종일 행사장에 머물며 여러 곳을 두루 돌아봤다. 이 회장은 넥스트라이즈를 국내 최대를 넘어 세계적 수준의 스타트업 행사로 키운다는 계획도 세워뒀다.

이 회장은 벤처투자 플랫폼 ‘KDB넥스트라운드’도 강화하고 있다.

KDB넥스트라운드는 산업은행이 벤처기업에게 투자유치 기회를 제공하고 투자자에게는 우량 투자처 발굴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2016년 8월 만든 벤처투자 플랫폼이다.

산업은행은 올해 상반기에만 51회의 넥스트라운드를 열었다. 넥스트라운드를 통해 기업 설명회를 진행한 기업은 225곳, 이 가운데 투자를 유치한 기업은 38곳에 이른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지방에서 네 차례 KDB넥스트라운드를 열었는데 올해는 10차례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 밖에 지난해 중국 선전, 올해 중국 상하이에 이어 9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도 KDB넥스트라운드를 개최한다.

이에 앞서 4월에는 비상장 스타트업을 발굴하기 위해 한국투자파트너스 등 국내 주요 벤처캐피탈 6곳과 손 잡고 공동투자협의체 ‘메가-7 클럽’도 만들었다.

이 회장은 메가-7 클럽을 놓고 “각자 100억 원씩 들어갈 투자처라면 함께 700억 원을 넣자는 것”이라며 “지금 열심히 혁신성장에 투자하면 다음 정부가 이익을 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