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하나은행이 중국민생투자그룹에 투자한 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이 36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실시한 중국민생투자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빠졌지만 중국 정부 차원에서 채무상환을 돕고 있기 때문이다. 
 
KEB하나은행, 중국민생투자그룹 3600억 투자금 회수할 수도 [단독]

▲ 지성규 KEB하나은행장.


8일 신랑차이징 등 중국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중국민생투자그룹이 발행한 채권의 만기가 연장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민생투자그룹이 자회사인 붐업인베스트먼트를 통해 발행했던 5억 달러 규모의 채권은 2일 만기를 맞았는데 현재 대부분의 채권단이 이 채권의 만기를 연장하는 방안에 동의하고 있다.

6일 기준 절반이 넘는 채권자들이 만기 연장방안과 관련해 회신을 줬으며 이 가운데 97%가 만기를 연장하는 방안에 이미 동의했다고 중국 텅쉰신문은 보도했다.

22일 열리는 채권단 회의에서 만기 연장과 관련해 최종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중국민생투자그룹이 핵심 자회사의 지분을 매각하는 등 채무상환을 위한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만기시기를 늦추면 충분히 채무를 갚을 능력이 생길 것으로 채권단이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나은행은 국내 시중은행 가운데 중국민생투자그룹에 가장 많은 규모로 투자해두고 있는데 이번에 만기 연장이 이뤄지면 일단 마음놓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은 중국민생투자그룹의 자회사 두 곳에 약 3600억 원에 이르는 지분을 투자해뒀고 하나은행 중국 법인은 중국민생투자그룹에 대출을 내준 적이 있어 채권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만약 중국민생투자그룹이 채무불이행을 선언한 뒤 파산신청을 한다면 하나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중국민생투자그룹의 지분가치와 관련해 손실을 입을 뿐만 아니라 대출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중국민생투자그룹이 올해 초부터 부동산 자회사의 지분을 매각하는 등 강력한 채무상환 의지를 보여온 데다 중국 국영은행인 중국건설은행이나 중국수출입은행 등 중국 정부 차원에서 채무상환을 적극 돕고 있는 만큼 하나은행이 투자손실을 볼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건설은행은 6월13일 만기가 다가왔던 3억 달러 규모의 채권을 중국민생투자그룹 대신 상환해주기도 했고 중국수출입은행, 상하이시정부 등과 채권단위원회를 꾸려 채권단을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을 놓고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민생투자그룹은 올해 초 상하이 부동산개발회사 뤄디그룹에 121억 위안(2조718억 원) 규모의 부동산 자회사 지분 50%를 매각하기도 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중국민생투자그룹은 중국 공상연합회 소속 59곳 대형 민영기업이 출자한 회사인 데다 중국 정부가 직접 채무상환을 돕고 있는 만큼 투자손실 우려가 적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민생투자그룹이 올해에만 만기가 다가오는 채무규모가 159억 위안(2조7225억 원)에 이르는 만큼 단기간에 채무를 갚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중국민생투자그룹은 현재 2328억 위안(약 38조 원) 수준의 부채를 떠안고 있고 현금성자산이 전체 부채의 1%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부동산 등 단기간에 유동화하기 어려운 자산을 보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