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자가면역질환과 항암 분야에서 독감과 두드러기 등 새로운 치료제 분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미충족 수요가 큰 바이오의약품 틈새시장을 공략해 셀트리온의 성장 정체를 극복하려는 것으로 파악된다. 
 
서정진, 셀트리온 성장정체 돌파 위해 틈새 바이오의약품도 적극 공략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8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자가면역질환과 항암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셀트리온도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하다는 요구를 받고 있다.

셀트리온은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셀트리온의 주력제품인 자가면역질환과 항암제 바이오시밀러 가격이 유럽과 미국에서 하락했기 때문이다.

셀트리온의 자가면역질환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는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유럽에서 점유율 57%를 차지하고 있지만 신규 경쟁제품이 출시되면서 가격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혈액암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와 유방암 바이오시밀러 ‘허쥬마’도 램시마와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다.

자가면역질환과 항암제는 세계적으로 가장 규모가 큰 의약품시장이지만 그만큼 경쟁자도 많다. 따라서 시간이 흐를수록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강하영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약과 바이오시밀러 출시에 따른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셀트리온은 미국 항암제 바이오시밀러시장의 경쟁구도 등 중장기 성장성과 직결되는 요소들을 확인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서 회장이 독감, 두드러기 등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낮은 틈새시장을 공략하려는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은 최근 만성 두드러기 치료제 ‘졸레어’의 바이오시밀러인 ‘CT-P39’의 임상1상을 시작했다. 올해 임상1상을 마무리하고 상반기에 글로벌 임상3상에 들어간 뒤 2022년까지 임상을 최종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졸레어는 미국 제넨테크와 스위스 노바티스가 공동으로 개발한 두드러기 치료제로 2018년 세계에서 매출 3조3천억 원을 낸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2018년 미국에서 약물 특허가 만료됐는데 아직까지 출시된 바이오시밀러가 없다. 두드러기 치료제에 주목하는 제약바이오기업이 항암제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처럼 많지 않은 것이다.

서 회장이 계획대로 CT-P39를 상용화한다면 3조 원이 넘는 시장에 바이오시밀러 선도자(퍼스트무버)로 진입하게 된다. 바이오시밀러는 처방데이터와 신뢰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시장을 선점하는 제품이 유리하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더 많은 환자들이 이른 시일 내에 합리적 비용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졸레어 바이오시밀러의 퍼스트무버 지위 획득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CT-P39 개발전략은 셀트리온의 성공신화를 이끈 램시마와도 닮아있다.

램시마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레미케이드’의 첫 바이오시밀러로 2012년 출시돼 시장에 빠르게 안착할 수 있었다.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유럽에서는 현재 오리지날인 레미케이드보다도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서 회장은 바이오시밀러 뿐만 아니라 신약 개발도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셀트리온의 첫 번째 신약 후보물질인 CT-P27은 독감 치료제다. 두 가지 항체를 결합해 모든 변동 독감 바이러스를 치료할 수 있어 매년 약 2조 원의 매출을 내고 있는 독감 치료제인 ‘타미플루’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셀트리온 신약으로 개발하고 있는 광견병 치료제 CT-P19, B형간염 치료제 CT-P24, 세포기반 독감백신 CT-P25 등도 항암제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가 아니다.  

바이오업계의 한 관계자는 “셀트리온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에서 시작해 2017년부터는 항암제로 사업범위를 넓히며 성장해 왔다”며 “하지만 이제 항암제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진출 분야를 백신, 희귀질환 치료제 등으로 다각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