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준 “우리 문제의 답은 현장에 있다”

이원준 롯데그룹 유통BU(Business Unit)장 부회장은 현장을 중요시하는 경영인입니다.

유통BU장에 오른 뒤에도 ‘현장경영’을 강조하며 롯데그룹 유통 계열사들의 사업 구조 자체를 현장경영에 맞게 바꾸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이원준 부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하이마트 등 유통부문 계열사의 임직원들이 매장과 협력사를 찾는 횟수를 늘려 현장 직원과 소비자들의 반응을 확인하는 데 적극적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원준 부회장은 “우리 문제의 답은 현장에 있다”고 버릇처럼 말하며 현장경영을 강조해 왔습니다.

롯데백화점 본점장 시절 매일 매장을 돌며 현장을 점검하기 위해 정장차림에 운동화를 신었다는 것도 직원들 사이에서 유명한 일화로 남아있습니다.

2014년 롯데백화점이 신헌 전 대표의 비리사건으로 안팎으로 위기를 겪고 있을 때 새 대표로 취임해 주말마다 다른 지역 매장을 방문하고 매장 직원들을 일일이 만나 "다시 한 번 힘내보자"며 악수와 포옹으로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15년 추석부터는 추석과 설날 전에 본사 소속 임직원들과 함께 직접 고객에게 선물을 배송하면서 명절 직전의 현장 분위기를 파악하고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공백시기에는 이원준 부회장이 직접 전국의 롯데그룹 유통매장들을 돌아보며 현장을 챙기기도 했습니다.

이원준 부회장이 취임한 뒤 유통BU는 롯데그룹 4개 BU 가운데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계열사 사이 시너지를 꾀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롯데그룹은 백화점과 대형마트, 슈퍼와 편의점, 헬스앤뷰티(H&B)숍까지 대부분의 유통채널을 보유하고 있는 점이 강점인 반면 이런 점이 오히려 각 부문별 사업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원준 부회장은 이를 개선해 그룹 차원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2017년 6월에는 롯데그룹 유통 계열사들의 조달담당자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꾸려 공동 판매제품의 공동 구매를 추진하면서 구매 협상력과 가격 경쟁력 확보에 나섰습니다. 

2018년 초에는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롯데슈퍼, 롭스의 홍보조직을 통합했죠.

올해 3월과 4월에는 롯데그룹 창사 이래 처음으로 유통 계열사 모두가 참가하는 대규모 할인행사를 열었습니다. 롯데그룹 유통BU는 자체브랜드의 개발과 판매에도 협력하고 있습니다. 

◆ ‘40년 롯데맨’, 롯데 유통사업 성장 기여

이원준 부회장은 1981년 롯데백화점 공채로 입사해 40여 년 가까이 롯데에 몸담아온 ‘롯데맨’입니다. 

1999년부터 롯데백화점 숙녀복매입팀을 이끌다 1년 만에 숙녀잡화매입 부문장으로 고속 승진했습니다. 

2004년 롯데백화점 본점장을 맡으며 명품관 에비뉴엘의 성공적 개장을 이끌었고 2012년에는 롯데면세점으로 자리를 옮겨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 괌 등 해외 면세점 입찰에 연이어 성공하며 롯데면세점의 글로벌 성장을 견인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습니다.

이원준 부회장이 2014년 롯데그룹 유통사업을 이끌었던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롯데쇼핑 백화점부문의 사장으로 승진한 데에도 이런 해외사업의 성과가 큰 몫을 했다는 평가입니다. 

신동빈 회장은 2019년도 임원인사에서 다시 한 번 이원준 부회장을 향한 두터운 신뢰를 보여줬습니다.

이원준 부회장은 롯데그룹 임원단의 세대교체와 친정체제 구축으로 전체 4명이었던 BU장 가운데 절반인 2명이 교체될 때도 다시 신임 받으며 롯데그룹 유통 계열사들을 이끌고 있습니다.

올해 롯데그룹의 경영화두가 ‘글로벌’인 만큼 이원준 부회장의 해외사업 추진력에 점수를 준 것으로 보입니다. 

롯데쇼핑은 중국 롯데마트와 백화점 등 10년 넘게 수조 원을 투자해왔던 중국시장에서 철수한 뒤라 새로운 해외시장 개척의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 이원준, 롯데쇼핑 주가와 실적 모두 고전

이원준 부회장이 2017년 2월 롯데그룹 유통BU장으로 선임된 뒤부터 롯데그룹 유통 계열사들의 실적과 주가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습니다. 

롯데그룹 유통부문 대표 계열사인 롯데쇼핑 매출은 2016년 연결기준으로 23조 원에 육박했으나 2017년과 2018년 17조 원대로 줄어들었습니다. 

순이익도 2016년 2469억 원에서 2017년 적자로 돌아선 뒤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가 역시 22~25만 원을 오가다 14만 원대로 떨어졌습니다. 

이 부회장은 어려운 시기에 BU장 자리를 맡았습니다.

국내 유통시장의 성장정체, 경기침체, 경쟁심화 등은 유통업계에서 하루 이틀 이야기가 아니지만 신선식품 유통으로까지 발을 들인 온라인쇼핑 채널의 공세에 오프라인 유통기업들은 고전하고 있습니다.

롯데쇼핑과 사업영역이 비슷한 신세계그룹의 이마트도 주가가 2017년 2월 20만 원대에 이르렀으나 2019년 7월 기준 14만 원대로 하락했습니다. 

다만 신세계그룹이 올해 3월 온라인통합법인 ‘에스에스지닷컴(SSG.COM)’을 세우고 사업체질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는 반면 롯데그룹은 온라인 전환에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앞으로 이 부분 강화에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 유통사업의 미래는 옴니채널 완성에 달려

롯데그룹 유통사업의 미래는 온라인 전환의 성공 여부에 달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원준 부회장도 2018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디지털 전환을 강조하며 ‘옴니채널’의 완성을 선결과제로 꼽았습니다. 

옴니채널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그룹 차원에서 수년 전부터 강조했던 것인데요.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바일 등 모든 쇼핑채널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소비자가 마치 하나의 매장을 이용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매장의 쇼핑환경과 사용자 경험을 융합하는 것을 뜻합니다.

이원준 부회장은 e커머스사업본부를 세워 롯데그룹 유통계열사의 온라인몰을 통합하고 온라인몰과 오프라인 매장을 연계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롯데그룹 유통 계열사의 통합온라인몰 ‘롯데ON’은 계열사 사이 이동이 편리하게 되는 시스템을 구축한 정도에 그쳐 있어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이원준 부회장은 온라인으로 사업체질 전환 외에도 경쟁사와 비교해 낙폭이 큰 롯데쇼핑의 수익성을 끌어올려야 할 과제도 안고 있습니다.

경쟁사인 신세계그룹의 이마트 영업이익이 2016년에서 2018년 2년 사이 15.3% 줄어든 반면 같은 기간 롯데쇼핑의 영업이익은 36.5% 감소했습니다. 

이원준 부회장은 올해 백화점과 슈퍼, 할인점사업 등 롯데쇼핑 대부분의 사업영역에서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들어갑니다.

이원준 부회장이 과감한 구조조정과 조직 통폐합으로 롯데그룹 유통BU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시선이 모입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