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무역분쟁에 이어 ‘환율전쟁’으로 확대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이 일본 수출규제와 상장사 실적부진 등 겹악재를 마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환율전쟁까지 벌어지면 부정적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환율전쟁' 초읽기, 한국 금융시장 불안 키우는 도화선 되나

▲ 미국 정부는 현지시간으로 5일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 pixbay>


6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환율전쟁으로 옮겨 붙으면서 국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1994년 이후 처음이다.

5일 중국 위안화 환율이 시장의 심리적 저지선인 달러당 7위안을 넘었는데 중국 정부가 이를 용인했다는 이유다.

중국이 의도적으로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려 환율을 무기삼아 무역분야에서 우위를 점하려 한다고 미국은 본 것이다. 

그동안 미중 무역협상이 이어지고 있었던 만큼 갈등 수위가 점차 낮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이번 환율조작국 지정으로 두 나라의 관계는 더욱 악화일로를 걷게 됐다.

일각에서는 중국도 위안화 환율 하락을 추가로 용인하면서 두 나라의 환율전쟁이 글로벌로 확전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주요국 시중은행들이 최근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금리인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상황에서 환율전쟁이 서로 기준금리를 더욱 낮게 유지하려는 유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외환시장 직접 개입이 아닌 기준금리 인하나 양적완화 등 간접적 방법으로 환율 하락을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향해 추가 금리인하를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연방기금(FF) 금리선물시장에서 미국 연준의 9월 금리인하 가능성이 100%로 치솟은 이유다.

원화가치는 중국 위안화와 함께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과 위안/달러 환율의 상관계수는 2017년부터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한국과 중국 경제 연관성이 높아지면서 그만큼 원화가치의 위안화 동조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만 따로 떼서보면 무역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국내 수출기업에게는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각국이 환율전쟁에 뛰어들면 이런 이점도 기대하기 어렵다. 원자재를 수입하는 기업이나 수입 원자재를 사용하는 제조업체들의 수익성에도 변동성이 더욱 확대된다.

더욱이 한국경제를 둘러싼 부정적 대내외 여건을 감안하면 환율 상승은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더욱 크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반도체업종 부진 등으로 국내 상장기업의 영업이익이 반토막 가까이 줄어들면서 국내 경제가 침체기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여기에 일본 수출규제와 미국-중국 무역분쟁 등이 더해지면서 국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높아질 대로 높아졌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 한국은행 등 정부가 구두개입 및 시장안정화조치 등을 내놓으며 불안감을 낮추려 애쓰고 있지만 상황이 호전될지는 미지수다.  

일본과 벌이고 있는 경제 전면전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강하게 자리잡은 만큼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투자자뿐 아니라 개인투자자들도 매도세를 보이고 있다.

5일 하루 만에 국내 상장사의 시가총액이 50조 원 가까이 빠졌으며 추가적 자금이탈 가능성도 상당하다. 반면 안전자산으로 불리는 금 가격과 미국 국채 등의 가격은 강세를 보이고 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6일 관계기관 합동점검반 회의에서 “대내외 리스크 요인들로 국내 금융과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시장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되면 준비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에 따라 상황별 시장안정조치를 신속하고 과감하게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