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환 명성교회 원로목사가 아들 김하나 명성교회 위임목사에게 교회를 세습한 것이 무효라는 교단의 판단이 나왔다.

김삼환 목사는 개신교 원로로 존재감이 크고 명성교회의 규모도 막대한 만큼 이번 판결의 파장은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늘Who] 김삼환, 명성교회 세습에 제동걸려 교단탈퇴 선택하나

▲ 김삼환 명성교회 원로목사.


6일 오전 12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 재판국은 명성교회가 김삼환 원로목사의 아들 김하나 위임목사를 담임목사로 청빙한 결의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심리는 6시간 이상 격론이 이어지면서 자정을 넘겨 결과가 나왔다.

김 목사는 2015년 명성교회 담임목사에서 정년퇴임했는데 명성교회는 2017년 그의 아들 김하나 목사를 위임목사로 청빙했다. 총회 재판국은 명성교회가 김하나 목사를 청빙한 것은 교단 헌법의 세습금지 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김 목사는 1945년 경북 영양에서 태어나 피어선신학교(현 평택대학교)와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을 나왔다.

1980년 명성교회를 세운 뒤 은퇴하기까지 35년 사이에 교인 10만 명에 연간 헌금 400억 원 규모를 보이는 초대형 교회로 성장시켰다. 2001년에는 정부 종교인 포상으로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기도 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회장, 한남대·평택대·숭실대 이사장 등도 지냈다. 은퇴한 이후에도 2016년 박근혜 대통령의 종교계 원로 간담회에 참여하는 등 대외활동을 이어갔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2018년 민주평통의 한국교회 지도자 초청 간담회에 참석했고 2019년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대북 식량지원 문제와 관련해 교계의 의견을 듣는 자리에 함께 하는 등 여전히 원로로서 대접을 받는다.

다만 교계가 아닌 일반에서는 세습 논란을 포함해 여러 부정적 사건들로 이름을 알려졌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하나님이 꽃다운 애들을 침몰시켜 대한민국에 기회를 준 것”이라는 발언을 해 물의를 빚은 일이 대표적이다.

2018년 10월에는 MBC PD수첩에서 김 목사의 세습이 800억 원 대 비자금과 관련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해 화제가 된 적도 있다. 당시 명성교회는 법원에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 목사 부자는 과거에는 세습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 왔다. 명성교회에 앞서 많은 교회들에서 세습문제가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

예장총회가 2013년 교단 헌법 조항으로 '은퇴하는 담임목사의 배우자 및 직계 비속과 그 직계 비속의 배우자는 담임목사로 청빙할 수 없다'는 세습금지법을 제정한 이유다.

김하나 목사는 2013년 종교개혁기념 세미나에서 교단의 세습금지법을 놓고 “역사적 요구 속에 총회에서 결정한 하나님의 뜻”이라며 “아버지와도 이런 결론이 난 것은 하나님이 보여주신 기도응답이라는 대화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목사가 2015년 퇴임한 뒤 2년이 지나서 김하나 목사를 청빙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세습이 진행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교단 총회에서 세습이 위법하다고 결론을 내렸으나 김 목사의 세습 논란은 이대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명성교회가 교단의 결정을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하나 목사는 6일 새벽예배에서 “어려운 일 당할 때 더욱 담대해지자”며 “하나님이 우리 손을 잡고 인도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명성교회가 판결에 불복해 재심을 신청하거나 교회법이 아닌 사회법의 판결을 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명성교회가 교단을 탈퇴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