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일본이 정말 가로막을까?

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이 일본의 한국을 향한 경제 공세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을 일본이 가로막기 쉽지않아

▲ 권오갑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부회장(왼쪽),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일본의 기업결합 심사당국인 공정취인위원회가 법적으로 독립기관이지만 정부의 수출규제정책과 동떨어진 결론을 내리기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한국조선해양이 수출규제 파장이 어느 정도 사그러들 때까지 일본에 기업결합심사 신청을 미룰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한국조선해양은 일본의 수출규제가 큰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일본에 기업결합심사 신청서 제출을 미루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기업결합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정한 일정과 프로세스가 있고 이에 맞춰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조선해양은 일본 공정취인위원회가 기업결합에 어깃장을 놓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을 수 있다. 일본이 득보다 실이 크기 때문이다.

일본이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허가하지 않더라도 두 회사의 합병은 가능하다. 일본에서 수주영업을 할 수 없을 뿐이다. 이때 득실을 계산하면 일본 조선업계의 이득은 크지 않지만 일본 선주들의 손해가 상당할 수 있다.

일본 선주들은 선박 발주량의 8~10%가량을 한국 조선사에 맡기고 있는데 대부분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이다. 이는 일본 조선사들이 주력하는 LNG운반선 설계가 구식이기 때문이다.

일본 조선사들의 LNG운반선 건조 기술은 반구형 화물창을 선체에 얹은 형태의 ‘모스형’ LNG운반선에 머물러 있다.

반면 선주들은 LNG 화물창이 선박과 일체화된 ‘멤브레인형’ LNG운반선을 선호하며 이는 일본 선주들도 예외가 아니다. 선박 크기가 같다면 일반적으로 멤브레인형 LNG운반선이 모스형 LNG운반선보다 2배 가까이 많은 LNG를 운반할 수 있어 운임 효율이 높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한국의 대형 조선3사는 멤브레인형 LNG운반선 건조 기술을 바탕으로 지난해와 올해 LNG운반선 수주를 거의 싹쓸이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일본에서 수주영업을 하지 않는다면 일본 선주들의 선택지는 삼성중공업 하나로 좁혀질 수밖에 없다.

이는 삼성중공업이 일본 선주들에 높은 선박 건조가격을 제시할 수 있는 요인이 된다.

중국 1, 2위 조선그룹인 중국선박공업집단공사(CSSC)와 중국선박중공집단공사(CSIC)도 멤브레인형 LNG운반선을 건조할 수 있다. 그러나 납기 지연 가능성이 있어 일본 선주들에게는 위험부담이 크다.

멤브레인형 LNG운반선은 ‘배가 연료를 싣고 다닌다’는 개념 아래 만들어진 선박 설계로 건조에 LNG 추진기술이 필요하다. 그런데 중국 조선사들의 LNG 추진기술은 아직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선박공업집단공사 산하의 후동중화조선과 상하이조선은 2017년 프랑스 선박회사로부터 LNG추진선 9척을 수주했다.

이 선박들의 인도기한은 올해 7월이었지만 두 조선사는 아직 선박을 인도하지 못했다. LNG추진기술이 없어 설계를 외주에 맡기는 과정이 길어져 건조가 지연되고 있다.

중국 조선사들은 기술력도 부족하다. 후동중화조선이 건조한 초대형 LNG운반선은 엔진결함 탓에 지난해 운항 2년 만에 폐선되기도 했다.

올해 상반기 글로벌 선박 발주시장에서 초대형 LNG운반선은 모두 21척 발주됐는데 삼성중공업이 10척, 현대중공업이 5척, 대우조선해양이 6척을 수주했다. LNG운반선은 사실상 한국 조선사 이외의 선택지가 없는 셈이다.

일본 공정취인위원회가 기업결합에 반대하더라도 한동안은 한국조선해양은 일본의 발주물량을 커버할 대안을 확보하고 있다.

모잠비크의 LNG운반선 15척은 올해 발주가 확실시된다. 카타르의 LNG운반선 40척은 내년으로 발주가 미뤄질 가능성도 나오지만 옵션물량 40척이 더해질 수 있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증권가에서는 규모를 고려하면 오히려 발주 진행 속도가 빠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호주 광산회사 BHP의 LNG 추진 일반화물선(벌커) 14척, 대만 해운사 에버그린과 독일 해운사 하팍로이드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최대 17척 발주도 대기하고 있다.

이 선박들을 대거 수주해 한국 조선사의 도크가 채워지면 일본 선사들은 LNG운반선 건조에 필요한 슬롯 확보에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주력선박 종류 가운데 국제유가 전망에 크게 좌우되는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만 전망이 흐릿할 뿐 나머지 상선들은 발주량 증가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두 회사가 일본에서 기업결합 승인을 받지 못하더라도 그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