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경석 한화 화약방산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실적 부담에도 안전을 최우선하는 경영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한화는 인명사고가 또 다시 발생한다면 ‘수습불가’ 상황에 놓일 수도 있는 만큼 옥 사장은 안전문제를 명확히 한 뒤 본격적으로 실적 개선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옥경석, 한화 실적부담 감수하고 안전문제 놓고 배수의 진

옥경석 한화 화약방산부문 대표이사 사장.


4일 한화에 따르면 옥 사장은 대전 공장 폭발사고가 난 지 반 년 가까이 지났지만 여전히 매주 대전, 보은, 구미, 여수 등 한화의 방산공장을 1곳 이상 찾으며 안전사항을 직접 점검하고 있다.

옥 사장은 사업장을 직접 찾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제조 과정을 꼼꼼히 점검하고 안전문제가 있으면 개선하는 작업을 독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는 5월부터 부분적으로 대전 공장의 재가동을 시작해 현재는 사고가 난 작업을 제외한 공정을 가동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한화가 대전 공장 다시 돌리고 있는 만큼 3분기부터 점진적으로 실적 회복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옥 사장이 대전 공장 재가동 이후에도 모든 사업장의 안전을 꼼꼼히 살피고 있는 만큼 실적 회복속도가 더뎌질 수 있다.

한화는 1분기에 별도기준으로 영업이익 121억 원을 내는 데 그쳤다. 2월 사고로 대전 공장 가동을 중단한 영향을 크게 받으며 1년 전보다 영업이익이 83% 줄었다.

방산사업 실적 악화는 누구보다 옥 사장에게 부담일 수 있다.

올해는 옥 사장이 방산사업을 이끄는 첫 해다. 옥 사장은 애초 한화 화약부문 대표였는데 한화는 지난해 10월 화약부문과 방산부문을 합치면서 옥 사장에게 통합부문 대표를 맡겼다.

한화는 크게 화약, 방산, 무역, 기계 등 4개 사업을 한다.

화약부문은 한화의 모태사업이라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지만 사업규모는 별도기준으로 전체 매출의 10%도 채 되지 않는다. 반면 방산은 별도기준으로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해 무역과 함께 한화의 실적을 지탱하는 사업으로 꼽힌다.

더군다나 방산 매출은 2016년 1조3천억 원, 2017년 1조5천억 원, 2018년 1조8천억 원 등 매년 늘었다.

옥 사장은 삼성전자 출신으로 반도체사업에 보인 능력을 인정받아 2016년 한화그룹에 영입됐다.

올해부터 방산이라는 대형사업을 맡아 본격적으로 경영능력을 보여줄 기회를 잡았으나 대전 공장 폭발사고라는 예상하지 못한 변수를 만난 셈이다.

방산부문의 실적 감소는 한화 주가 하락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한화 주가는 지난해 말부터 상승하는 흐름을 보이다 2월 대전 공장 폭발사고 즈음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좀처럼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한화 주가는 2일 2만3150원에 거래를 마쳤다. 대전공장 사고 전날인 2월13일 종가 3만3750원에서 30% 넘게 하락한 것으로 최근 10년 동안 가장 낮은 종가이기도 하다.

옥 사장이 이런 부담에도 안전경영을 최우선을 하는 것은 한 번 더 인명사고가 나면 실적 감소나 주가 하락과 비교할 수 없는 더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화는 2018년 인명피해를 낸 폭발사고가 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올해 2월 또 다시 대전 공장에서 사고가 나면서 정치권은 물론 사회적으로 큰 비판을 받았다.

옥 사장은 안전체계를 확실히 갖춘 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실적 회복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이면 그의 장점인 원가 개선 측면에서 능력을 발휘할 요건도 지금보다 더 잘 갖춰질 가능성이 높다.

방위사업청은 현재 ‘방산 원가구조 개선 태스크포스’를 꾸리고 표준원가 개념 도입 등을 추진하고 있다.

방산업계는 현재 업체의 발생 원가를 그대로 인정해 준 뒤 일정비율의 이윤을 더해주는 '발생비용 보상방식'을 쓰고 있다. 이 방식은 방산업체가 원가를 절감하면 그 이익을 정부가 들고 가는 구조로 방산업체가 원가 절감으로 수익성을 개선할 여지가 크지 않다.

하지만 앞으로 표준원가 개념이 도입되면 일정 수준의 원가가 정해지는 만큼 방산업체는 원가 절감 노력에 따른 마땅한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방산원가제도 개선이 현실화하면 방산업체 이익 개선의 여지가 많아지고 수익 추정과 관련한 불확실성도 줄어들 것”이라고 바라봤다.

한화 관계자는 “다시 한 번 인명사고가 나면 공장 문을 닫는다는 각오로 임직원이 안전을 최우선 순위로 챙기고 있다”며 “수익성 개선을 위한 노력들도 지속해서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