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이 탄소섬유 국산화에 두 팔을 걷어 붙였다.

효성은 2013년부터 고압용기와 전선심지에 쓰이는 탄소섬유를 생산해왔는데 일본의 수출규제가 확대되면 수소차에 쓰이는 수소탱크용 탄소섬유 수급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 관련한 기술을 고도화하고 양산시기를 앞당기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효성, 일본 수출규제 가능성에 수소차용 탄소섬유 양산에 속도붙여

▲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1일 업계에 따르면 효성그룹 자회사인 효성첨단소재는 수소탱크용 탄소섬유 양산을 목표로 기술개발에 힘쓰고 있다.

효성은 수소탱크 생산업체인 일진복합소재와 수소차 제작업체인 현대차와 협업해 수소차에 실리는 수소탱크용 탄소섬유를 개발해 안전도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효성이 올해 안에 관계기관에서 품질인증 승인을 받을 것으로 본다. 

탄소섬유는 무게가 철의 20%에 불과하지만 강도는 10배, 탄성은 7배나 높아서 ‘꿈의 소재’로 불리기도 한다.

효성은 2007년 탄소섬유 개발에 뛰어들어 2011년 자체적 생산기술을 확보하고 2013년부터 전선 심지나 고압용기에 쓰이는 탄소섬유 양산을 시작했다.

또 수소차에 들어가는 수소탱크용 탄소섬유도 개발해왔다. 수소탱크에는 기존 제품보다 강도나 물성이 강화된 고품질의 탄소섬유가 필요하다.

효성에게는 일본 수출규제가 탄소섬유시장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수소차의 핵심부품인 수소탱크는 국내에서 일진복합소재가 독점으로 생산하는데 수소탱크에 쓰이는 탄소섬유를 일본 기업에서 공급받았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항목이 탄소섬유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효성의 탄소섬유 기술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진복합소재 관계자는 “지금까지 일본 업체의 국내 자회사인 도레이첨단소재로부터 수소차 탱크용 탄소섬유를 받아왔는데 현재로선 아직 일본 수출규제의 영향이 없다”면서도 “일본의 수출규제가 점점 강화되는 추세이기 때문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효성의 탄소섬유를 사용한 수소탱크 시제품을 생산해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효성은 탄소섬유의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효성은 2020년 완공을 목표로 올해 2월 전라북도 전주 공장의 탄소섬유 생산라인 증설을 시작했다. 증설이 끝나면  연간 2천 톤의 생산량이 4천 톤까지 늘게 된다. 경쟁업체인 도레이첨단소재의 연간 생산량 4700톤에 근접하게 되는 셈이다. 

효성 관계자는 “수소차시대에 탄소섬유 수요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 증설을 서둘렀다”며 “수소탱크용 탄소섬유는 일본제품의 품질을 따라잡기 위해 연구개발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탄소섬유와 관련한 기술력도 착실히 쌓아가고 있다. 자회사인 효성첨단소재는 2017년 11월부터 올해까지 고강도 탄소섬유 제조방법 등 모두 4개의 특허를 출원했다.   

정부가 앞장서 수소차를 포함한 수소경제를 육성하고 있어 효성의 탄소섬유사업은 전망이 밝다.

정부는 올해 2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고 수소차 확산에 힘을 실었다. 정부는 2018년 약 1800대 수준의 수소차를 2022년까지 약 8만1천 대, 2040년에는 약 620만 대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효성은 탄소섬유 생산라인을 증설한 효과도 조기에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효성의 탄소섬유사업은 아직 전체 실적 기여가 미미하지만 2020년 2분기 이후에는 손익분기점(BEP) 달성을 기대할 수 있다”며 “탄소섬유사업의 매출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연평균 34%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연구원은 “현재 효성이 전주공장에 보유한 부지 안에 탄소섬유 라인을 증설하면 연간 생산능력이 최대 2만4천 톤까지 늘어날 수 있다”며 “매출액도 4천억 원 수준까지 성장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석현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