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이 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트래버스와 픽업트럭 콜로라도 출시를 앞두고 비싸다는 소비자 반응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으로 수입차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GM은 쉐보레 브랜드에 토요타, 벤츠, BMW와 같은 ‘수입차’ 이미지를 입히기 위해 애쓰고 있는데 이런 전략이 판매에 도움을 줄 수도 있지만 소비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비싼' 트래버스와 콜로라도, 수입차 이미지 씌우고 싶은 한국GM

▲ 카허 카젬 한국GM 대표이사 사장.


3일 한국GM에 따르면 최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쉐보레 브랜드를 등록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협회 등록을 마친다 해도 수입차 판매 집계에 쉐보레가 포함되는 것 외에 큰 변화는 없는 만큼 한국GM의  협회 가입은 수입차라는 상징성을 높이기 위한 작업으로 풀이된다. 

한국GM은 트래버스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펼치면서부터 수입차라는 점을 앞세웠는데 이번 수입차협회 등록도 같은 전략의 연장선상에 있는 셈이다.

수입차협회 관계자가 “아직 등록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가입 자격요건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한 만큼 사실상 한국GM의 수입차협회 등록은 조만간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GM은 트래버스와 콜로라도를 수입해 판매하는 만큼 수입차협회 등록이 당연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수입차협회 등록의 진짜 이유를 놓고 차량의 가격을 높게 책정하기 위함이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트래버스와 콜로라도는 올해 내수에서 ‘판매 부진의 늪’에 빠진 한국GM이 꺼내든 회심의 카드다.

트래버스는 미국에서 올해 1분기에 모두 3만4224대가 팔릴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차량이다. 특히 트래버스는 대형 SUV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중요한 선택요인으로 꼽는 공간 활용성에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콜로라도 역시 GM의 100년 생산 역사가 담긴 정통 픽업트럭이라는 점에서 한국GM이 기대를 걸고 있는 차량이다. 더구나 국내 픽업트럭시장에 나와있는 선택지가 쌍용자동차의 렉스턴스포츠 브랜드 1개뿐이라 가솔린 수요나 프리미엄 수요를 끌어들일 잠재력도 다분하다.

이처럼 인기 모델임에도 트래버스와 콜로라도는 경쟁차로 여겨지는 현대자동차의 팰리세이드나 쌍용자동차의 렉스턴스포츠 브랜드보다 가격이 비싼 만큼 판매에 고전할 가능성도 다분하다.  

한국GM은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면 판매를 늘리는 게 어렵다는 것을 뼈아프게 경험한 바 있다.

한국GM은 중형 SUV 이쿼녹스를 최고 트림을 기준으로 미국보다 88만 원 저렴하게 내놨음에도 경쟁차인 현대차의 투싼보다 비싸다는 이유로 판매를 늘리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쿼녹스는 2018년 11월 출시됐는데 지금까지 모두 2007대 팔리는 데 그쳤다.

이 때문에 한국GM이 트래버스와 콜로라도 출시를 앞두고 부랴부랴 ‘수입차’ 이미지를 구축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지난해 KDB산업은행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은 덕분으로 파산을 모면한 한국GM을 수입차회사로 인식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GM이 수입차협회에 가입하면서까지 수입차 이미지를 강조하는 것을 두고 단순히 경쟁차와 가격 대결을 피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더구나 아직 한국GM이 국내에서 트랙스나 말리부 등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는 만큼 수입차 이미지를 내세우는 것을 두고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수입차를 팔 때에는 수입차 이미지를, 국내에서 생산한 차를 팔 때는 국산차 이미지를 앞세우는 것은 소비자를 우롱하는 처사라는 것이다.

한국GM이 수입차협회 등록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자동차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대놓고 가격을 높게 받으려는 수가 아니냐”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한국GM은 콜로라도를 8월에, 트래버스를 9월에 출시하겠다고 못박았지만 아직 가격이나 성능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