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스마트폰사업에서 중저가제품 판매비중의 확대로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 고전하고 있다.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사장은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고급화를 통해 수익성을 만회하는 한편 시장 점유율과 직결되는 중저가 스마트폰 판매 확대도 계속 추진하는 ‘투트랙 전략’에 더욱 힘을 실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동진, 삼성전자 스마트폰 수익성 둔화 감수하고 점유율 지키기 고수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대표이사 사장.


삼성전자는 2분기에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IM부문에서 매출 25조8600억 원, 영업이익 1조5600억 원을 봤다고 31일 밝혔다.

IM부문 영업이익이 증권가 평균 예상치인 2조 원 안팎을 밑돌면서 2010년 이후 2분기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영업이익률도 6%에 그쳤다.

고 사장은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사업을 시작한 이래 최악의 국면을 맞은 셈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중저가 스마트폰 판매량은 호조를 보였지만 프리미엄 제품의 수요가 줄었고 구형 스마트폰의 재고 소진을 위한 비용이 반영되면서 수익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고동진 사장이 지난해 말부터 공격적으로 추진한 ‘갤럭시A’ 시리즈 등 중저가 스마트폰 강화전략이 삼성전자 스마트폰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갤럭시A 스마트폰의 카메라와 디스플레이, 메모리반도체 등 성능이 크게 개선되며 소비자들에 인기를 끌고 있지만 원가는 비싸고 판매가격은 낮아 수익성을 해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6월 세계시장에서 갤럭시A 시리즈 판매량은 1850만 대로 5월보다 40% 늘어나며 가파른 판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프리미엄 스마트폰인 갤럭시S10 판매량은 같은 기간 2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갤럭시S10을 구매하려던 소비자 수요가 갤럭시A로 대거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고 사장은 최근 삼성전자 공식 뉴스룸에 기고문을 내고 “갤럭시A를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 생태계의 중심에 자리잡도록 하곘다”며 주력상품으로 적극 앞세우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갤럭시A 시리즈의 판매비중이 빠르게 늘어나는 것은 이런 전략이 성공하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삼성전자 스마트폰 실적이 급감하며 중저가 제품의 판매 확대에 따른 역풍이 거세지고 있는 만큼 고 사장은 지금과 같은 중저가 스마트폰 강화 전략을 지속해야 할지 고심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고 사장은 중저가 스마트폰 강화 전략을 포기하지 않는 대신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차별화를 더욱 강화하는 쪽으로 실적 반등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이전부터 스마트폰사업에서 중저가와 프리미엄 제품의 경쟁력을 모두 확보하겠다고 강조하던 ‘투트랙 전략’에 고 사장이 더욱 힘을 싣는 것이다.

이종민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상무는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스마트폰사업 수익성이 둔화했지만 하반기에 중저가 스마트폰을 더 다변화해 점유율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중저가 스마트폰의 판매 확대가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치더라도 라인업을 축소해 효율화하거나 판매비중을 낮추는 식으로 실적 반등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 상무는 “5G와 폴더블 등 스마트폰 신기술을 중심으로 실적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며 “5G스마트폰과 폴더블(접는) 스마트폰의 제품 라인업을 중장기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5G스마트폰과 폴더블 스마트폰은 부품 원가가 높지만 기존 스마트폰과 기술적으로 크게 차별화되는 만큼 판매가격도 비싸게 책정할 수 있어 삼성전자의 수익성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

아직 애플 등 경쟁 스마트폰업체가 5G와 폴더블 스마트폰의 출시 계획을 공식화하지 않아 삼성전자가 초반부터 시장을 확실하게 선점할 수 있다는 점도 수요 전망이 밝은 이유로 꼽힌다.

고 사장은 고가의 5G와 폴더블 스마트폰 판매를 늘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사업 수익성 악화를 만회하기 위해 제품 라인업을 늘리는 데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고동진, 삼성전자 스마트폰 수익성 둔화 감수하고 점유율 지키기 고수

▲ 삼성전자 중저가 스마트폰 갤럭시A30과 갤럭시A50.


갤럭시S10 시리즈가 예상치를 밑도는 판매성적을 보이며 일반 프리미엄 스마트폰으로 소비자 수요를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하반기에 갤럭시노트10과 갤럭시A90, 갤럭시폴드 등 3종의 5G스마트폰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초 공개되는 갤럭시S11 시리즈도 5G모델을 주력으로 앞세울 공산이 크다.

디지타임스 등 외국언론에 따르면 갤럭시폴드의 후속제품인 삼성전자의 두 번째 폴더블 스마트폰도 이미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결국 고 사장은 삼성전자 중저가 스마트폰의 가격 대비 성능을 개선하고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더욱 고급화하는 전략을 당분간 지속하며 판매 증가와 수익성 확보를 모두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상무는 “하반기에 더 경쟁력 있는 갤럭시A 시리즈 신모델을 선보여 판매 증가세를 이어가겠다”며 “기술력을 바탕으로 5G와 폴더블 스마트폰시장에서도 리더십을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