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실제 인수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발을 걸치면서 델타항공의 등장 이후 한동안 한진칼 ‘지분 다툼’으로 쏠린 시장의 관심을 다시 주주 행동주의펀드의 주요 공략지점인 ‘기업 지배구조’로 되돌리려는 것으로 보인다.
 
'돈 없는' KCGI가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발을 걸치는 이유는 무얼까

▲ 강성부 KCGI 대표.


31일 투자금융 업계에 따르면 KCGI는 아시아나항공 매각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증권에 투자설명서(IM)를 요청하고 국내외 대기업들과 컨소시엄을 맺기 위한 접촉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CGI는 재무적투자자(FI)로 인수전에 참여하기로 하고 경영권을 맡을 전략적투자자(SI)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한진그룹 오너일가와 지분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KCGI가 아시아나항공에까지 눈독 들이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아시아나항공 매각가가 1조5천억~2조 원 가량으로 추산되는 만큼 KCGI의 자금조달 여력이 그만큼 되는 지 불확실한 데다 지금 상황에서 선뜻 KCGI와 손을 잡을 파트너도 마뜩치 않기 때문이다.

KCGI가 아시아나항공을 함께 인수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몇몇 기업들은 아예 선을 긋거나 황당하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산업은행 등 아시아나항공 채권단도 아시아나항공을 중장기적으로 경영할 인수자를 원하고 있는 만큼 언제든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사모펀드인 KCGI를 인수자로 선정할 유인도 적다.

이런 점을 알면서도 KCGI가 공공연하게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사를 외부에 밝히면서 그 의도를 두고 해석도 분분한 가운데 KCGI가 수세로 몰린 ‘한진칼 지분 싸움’으로 쏠린 시장의 이목을 바꿔보겠다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KCGI가 지난해 11월 한진칼 지분을 사들인 뒤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선’을 앞세우면서 국내 주주 행동주의 펀드의 대표주자로 떠올랐던 만큼 올해도 다시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어젠다를 띄울 기회를 찾고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항공 회장의 무리한 경영으로 위기를 맞은 만큼 주주 행동주의를 내걸고 또 다시 지배구조 이슈를 띄우기에 적절한 곳이다.

한진그룹과 아시아나항공 모두 항공업을 핵심사업으로 삼고 있는 만큼 KCGI가 사업 방향성을 놓고 주주제안 등 이슈의 연속성을 이어가기에도 나쁘지 않다.

최근 시장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수세에 몰린 KCGI가 한진칼 추가 지분을 매입할지, 자금을 어떻게 확보할지 등에 쏠려있는 상황에서 분위기 반전을 꾀하는 셈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윤곽이 올해 말쯤 드러날 것으로 점쳐지는 만큼 그때까지 지배구조를 겨냥한 적극적 움직임을 보이면서 한동안 주춤했던 ‘주주 행동주의 펀드’로서 입지를 다시 다질 수 있다.

강성부 KCGI 대표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에게 직접 만나 한진그룹의 경영전략과 지배구조 등을 논의하자고 제안한 점을 외부에 알린 점 역시 ‘지분 다툼’의 당사자가 아닌 2대주주로서 KCGI의 존재감을 높이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강 대표 등이 직접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투자자들에게 KCGI의 ‘진의’를 적극 알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는 말도 나돈다.

금융권 관계자는 “KCGI는 처음부터 한진그룹 경영권 확보보다는 지배구조 개선을 최우선 목표로 내걸었던 만큼 이미 수세에 몰린 ‘지분 싸움’ 프레임에서 벗어나 오너일가를 겨냥한 공세로 돌아서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