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이 7월부터 도입된 주52시간 근로제로 내부에서 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 직원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제도라며 불만을 보이고 있다. 인력확충 없이 근로시간만 줄면서 업무 부담만 커졌다는 것이다.
 
주52시간 도입된 은행에 "인력없이 근로시간 줄어 업무부담만" 불만도

▲ KB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연합뉴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1일부터 연장근로 12시간을 제외한 40시간 근무를 독려하고 있다.

최근 인사담당 임원이 전국 지점장들에게 메일을 보내 정시 출퇴근(9시~18시)을 실시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도입 취지와 달리 ‘주 40시간’이라는 틀에 지나치게 얽매이면서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일부 지점에서 정시 출퇴근을 강제하면서 업무상 불편을 호소하는 직원들이 늘고 있다.

지점장이 시간외근무를 신청한 직원에게 눈치를 주거나 하지 못하도록 압박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시간외근무를 허가하지 않는 것은 물론 사후에 신청을 반려하는 일도 늘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보통 지점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은행이 문을 여는 9시보다 30분가량 먼저 나와 영업을 준비한다.

그러나 정시 출퇴근을 강제하면서 일부 직원들은 제대로 된 영업준비를 하지 못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전처럼 은행이 문을 열기 전에 준비를 하면 기존에는 시간외근무로 인정을 받았지만 이제는 인정받기가 어렵다. 공짜 노동을 하기 싫으면 아예 문을 여는 9시에 맞춰 나와야 한다.

KB국민은행 블라인드에는 “지점장이 아침 시간외수당을 절대 달지말라 했다”며 “그 시간에 영업준비는 해도 PC는 켜지 말고 일찍 도착했으면 주차장에 대기했다가 들어오라고 했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이 글을 올린 직원은 “마감 후에 만기 안내, 고객관리 등은 꿈도 못 꾼다”며 “돈을 달라는 게 아니라 근무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또 다른 직원은 “이 제도의 취지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인데 직원들이 영업점에서 체감하는 것과 경영진 시각은 차이가 많은 것 같다”며 “목표는 매년 늘고 직원은 줄고 일은 빨리 끝내고 나가라 한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본점 역시 예외는 아니다. 부서마다 다르긴 하지만 시간외근무가 불가피한 부서에서도 마음대로 이를 쓸 수 없어 압박감을 느끼는 직원들이 있다.

본점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직원은 “오후 4시 반이 되면 시간외근무를 할 사람이 있냐고 물어보는데 자발적으로 일을 더 하겠다며 신청하면 허락해 주지 않는 분위기”라며 “임금이 낮아지는 건 상관 없이 시간외근무가 필요한데 9시부터 6시까지만 일을 하라니 매일 쫓기듯 일하고 집에도 들고 가서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제도가 안착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시행착오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본점의 다른 직원은 “2017년 처음 PC오프제가 실시됐을 때도 지금처럼 시끄러웠는데 시간이 지나 제도가 안착했다”며 “지금 역시 시행 초기인 만큼 일정 부분 시행착오가 있을 수밖에 없고 저렇게 하지 않으면 제도가 안착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어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일이 모든 지점과 본점의 모든 부서에서 벌어지는 건 아니다. 시간외근무를 신청해도 바로 받아들여지는 지점 역시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오히려 임금을 덜 받아도 눈치 보지 않고 퇴근할 수 있어 좋다는 직원들도 많다.

KB국민은행에서만 벌어지는 일도 아니다. 1일부터 전 은행권에 주52시간 근로제가 적용되면서 다른 시중은행들도 KB국민은행과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출퇴근 시간을 너무 빡빡하게 관리해 오히려 업무에 부담이 된다는 호소가 나오고 있다”며 “어느 은행은 ‘주40시간 근무’ 이행 여부를 점검해 영업장의 KPI(핵심성과지표)에 반영하기로 해 영업점 직원의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