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부 KCGI 대표가 한진그룹 오너일가를 겨냥한 지분 싸움에서 발을 빼기도 그렇다고 확전하기도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델타항공이 한진그룹과 KCGI 가운데 어느 쪽의 손을 명확하게 들어주지 않고 있는 만큼 추가 지분 매입 여부 및 시기를 고심하고 있을 것을 보인다.
 
강성부, KCGI 여력과 델타항공 의중 살피며 한진칼 지분 매입 고심

▲ 강성부 KCGI 대표.


24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KCGI가 고액 자산가들을 상대로 투자설명회 열고 해외 투자자 수소문하는 등 자금 확보에 힘쓰고 있지만 추가 자금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델타항공의 등장 이후 KCGI의 한진칼 경영참여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KCGI의 추가 펀딩에 참여하려던 투자자들의 시선이 이전보다 싸늘해진 탓으로 보인다. 

기존 주식담보대출 만기도 연장되지 않으면서 새로 받은 대출로 이를 갚아나가고 있다.

미래에셋대우가 200억 원 규모의 주식담보대출 만기를 연장해주지 않자 KCGI는 19일 세람저축은행, 남양저축은행, 평택상호저축은행과 주식담보대출계약을, 22일에는 유화증권과 담보대출을 각각 맺고 이 돈으로 미래에셋대우에 돈을 갚았다.

KCGI는 한달 전인 6월12일에도 미래에셋대우에게 빌린 200억 원을 갚기 위해 KTB투자증권, 더케이저축은행과 각각 주식담보대출 계약을 맺었다.

한진그룹과 관계를 맺고 있는 증권사들에서 돈을 빌리기 쉽지 않아지자 상대적으로 이자율 부담이 커지는 것을 감수하고 중소형 증권사 및 저축은행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강 대표는 내년 3월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한진그룹 오너일가를 겨냥한 본격적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전에 끝나는 주식담보대출 계약은 줄줄이 남아있다.

KTB투자증권과 맺은 주식담보대출 만기일은 9월이고 KB증권과 유화증권과 맺은 계약은 11월까지다. 

일각에서는 강 대표가 신규로 마련한 자금을 추가로 한진칼 지분을 매입하기 위해 남겨뒀을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한진칼 주가는 3만 원 아래로 떨어진 상태로 KCGI가 올해 사들인 한진칼 주식 평균 매입단가(약 3만2천 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다만 델타항공이 한진그룹과 KCGI 가운데에서 어느 한 쪽에 힘을 실어주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선뜻 추가 지분 매입을 선택하기 어려운 만큼 한진그룹과 델타항공의 동정을 살피면서 강 대표가 적절한 시기를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델타항공이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편에 서면 이들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이 40%에 이르는 만큼 사실상 주주총회에서 KCGI의 바람대로 이뤄질 가능성은 없어진다.

이 때문에 델타항공의 의도가 불분명한 상황에서는 자금이 있더라도 선뜻 지분 매입을 다시 시작하기 어렵다. 

올해 높은 가격에 사들였던 한진칼 주식은 이미 손실구간에 접어든 상황인 만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추가 지분 매입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델타항공이 계획했던 대로 한진칼 지분을 10%까지 늘리기 위해 추가 지분 확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강 대표로서는 델타항공과 우호적 관계를 맺어야하는 부담이 더욱 커졌다.

델타항공은 한진칼 지분을 추가로 사들이기 위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승인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델타항공은 이른 시일 안에 구체적 의도를 드러내지 않을 채 한진그룹 오너일가와 KCGI 사이에서 ‘저울질’하며 몸값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다”며 “KCGI로서는 델타항공과 접촉면을 넓혀가면서 내년 한진칼 주주총회까지 지분율을 차츰 끌어올리는 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