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같은 매물은 두 번 다시 시장에 나오지 않는다. 실패냐 성공이냐를 걱정해 본 적이 없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흥행할 것이라며 호언장담했다. 강남의 좋은 아파트는 다시 나와도 아시아나항공은 다시는 없을 매물이라고도 했다. 
 
[오늘Who] 이동걸의 '여유', 아시아나항공 매각 자신감인가 독려인가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이 회장의 이런 자신감은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24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매각공고가 이번주 안에 난다.

아직까지 공개적으로 관심을 보인 곳은 애경그룹 하나인 데다 다른 인수후보들이 침묵도 아닌 극구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 회장은 여유롭다.

이 회장의 말대로 아시아나항공은 앞으로 나올 가능성이 거의 없는 매물이다.

항공산업은 외국인 투자자의 투자가 어렵고 정부의 허가도 받아야 해 진입장벽이 높다. 특히 지금과 같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양강체제가 굳어진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과 비슷한 규모의 항공사가 새로 생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국내에 저비용항공사(LCC)가 점차 많아지고 있지만 이들이 대한항공 혹은 아시아나항공 같은 규모로 크려면 하루이틀의 투자와 경험만으로는 쉽지 않다.

한 대에 수천억 원에 이르는 최신 대형기종을 지속적으로 구입해야 하는 등 투자규모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저비용항공사들은 대부분 항공기를 장기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이 회장 역시 이 점을 잘 알고 있어 자신감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출범 31년 만에 매물로 나온 아시아나항공은 항공산업을 한 번이라도 눈여겨 봤던 기업에게는 약간의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절호의 기회일 수밖에 없다.

이 회장의 발언이 아시아나항공 실사 이후 이뤄진 점도 주목받는다. 이 회장은 최근 실사보고를 받았는데 부실이나 문제점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발언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참가를 저울질하고 있는 기업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아시아나항공에 관심이 있다고 밝힌 애경그룹을 제외하고도 여러 기업이 재무나 기획부서를 중심으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놓고 내부적으로 검토작업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SK그룹, 한화그룹, GS그룹, 신세계그룹 등이 인수전에 참가할 것이란 관측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동걸 회장의 발언이 어찌 보면 자신감의 표현이지만 다르게 보면 인수전 참가를 독려하는 발언일 수 있다”며 “아직까지 확실하게 인수전에 참가하겠다는 기업이 나타나지 않고 관심만 보인 곳이 많다는 의미로도 읽힌다”고 말했다.

물론 이 회장 스스로 아시아나항공의 가치를 매우 높게 보고 있다는 점도 분명하다.

이 회장이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종용한 이유도 더 잘 될 수 있는 회사가 대주주 아래에서 제대로 된 투자를 받지 못하고 경쟁력도 키우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이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의 앞날도 장밋빛으로 보고 있다.

그는 4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시아나항공이 우리나라 2대 항공사로 적자노선을 조정하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작업을 밟고 있는데 이 부분들이 보완되면 상당한 흑자를 낼 수 있는 매력적 회사”라고 말하기도 했다.

항공사를 소유하면 누릴 수 있는 무형의 이득도 많다.

국적항공사는 상징적 의미가 남다르다. ‘KOREAN AIR’와 ‘ASIANA AIRLINES’을 달고 매일 수백 편의 항공기가 세계 곳곳을 날고 있다. 날아다니며 국위 선양을 하고 있는 셈이다.

재계에서 국적항공사 총수는 대기업 서열과 무관하게 높은 대접을 받곤 한다. 국내는 물론 VIP급 외빈 방문에 제일선에서 의전을 도맡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민간외교관이다.

여기에 세계를 무대로 사업이 진행되는 항공업의 특성상 글로벌 인맥을 쌓을 기회가 많은 점도 글로벌사업 확대를 노리는 기업들에게 매력적일 수 있다.

외부 변수에 영향을 많이 받고 기복이 있긴 하지만 항공산업 자체의 성장세도 무시하기 어렵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18년 연간 출국자 수는 10년 전보다 2.4배 늘어났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