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하나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은 최근 1년 사이 베트남을 여러 차례 오갔다. 

지난해 초 레밍훙 베트남 중앙은행 총재를 만난 것을 시작으로 현지 금융계 고위관계자들과 접촉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늘Who] 김정태,베트남에 공들여 하나금융 글로벌사업 역량 키운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베트남은 동남아 금융시장의 격전지로 떠올랐지만 외국계 자본을 받아들이는 데 보수적이어서 현지 금융사와 손을 잡지 않고는 공략이 쉽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3일 금융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하나금융그룹이 베트남 진출을 강화해 글로벌사업 역량을 높일 기회를 맞고 있다.

KEB하나은행이 베트남 국영은행 BIDV(Bank for Investment and Development of Vietnam)의 지분 15% 인수에 성공했는데 김 회장이 1년여 간 베트남과 한국을 오가며 공을 들인 결실로 평가된다.  

특히 이번 지분투자를 앞두고 베트남에서 빠르게 은행 영업을 늘리고 있는 일본이나 베트남과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보다 한국 금융회사가 적합한 파트너회사라는 점을 적극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베트남 정부는 신남방지역 국가 가운데 가장 외국계 자본을 받아들이는 데 보수적 성향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하나은행이 BIDV에 투자를 마무리하기까지 1년여 정도 시간이 걸린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이 이처럼 지분투자를 위해 힘을 쏟은 것은 베트남에서 외국계 금융회사가 영업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현지회사와 협력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베트남에서 외국계 금융회사가 지점을 내기 위해서는 현지 금융당국의 깐깐한 승인심사를 거쳐야 한다. 다른 나라에서 영업점을 개설하는 것과 비교하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이 때문에 신한은행 역시 2017년 베트남 ANZ은행의 리테일부문을 인수했다. 이후 신한은행 베트남법인의 현지통화 자산비중은 2013년 30%에서 2019년 70%까지 높아지기도 했다.

하나은행은 이번 지분 인수를 통해 BIDV의 현지 영업망을 적극 활용할 기회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BIDV는 베트남에서 1천여 곳의 지점과 사무소를 두고 있으며 5만8천여 곳의 현금자동인출기(ATM)를 보유하고 있다. 총자산규모가 66조3천억 원으로 자산규모 기준 베트남 1위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하나은행뿐만 아니라 하나금융그룹의 다른 계열사도 BIDV와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하나은행이 그동안 베트남에서 한국계 기업 위주로 영업을 펼쳐왔는데 이번 계약을 통해 현지 영업망을 기반으로 사업범위를 넓혀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베트남에서 사업 강화에 힘입어 하나금융그룹의 글로벌사업 역량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베트남의 경제 성장성이 밝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2분기 시장 전망치를 웃돈 6.7%의 경제성장률을 보이며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데다 건설 및 전기사업의 성장률은 10%를 웃돌고 있다. 이 때문에 하나은행을 비롯한 국내 시중은행의 베트남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

김 회장은 그동안 글로벌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2025년까지 글로벌사업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현재 하나금융그룹의 글로벌사업 비중은 15% 수준에 그친다.

이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베트남은 한국과 싱가포르를 제외하면 유럽연합(EU)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유일한 국가”라며 “글로벌 생산기지로서 역할도 확고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