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미국에서 성장둔화를 만회하기 위해 미국 외 시장에 주목하면서 한국시장 공략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는 SK텔레콤과 지상파3사가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를 내놓아 넷플릭스에 맞설 것으로 전망돼 하반기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넷플릭스 공세에 SK텔레콤과 지상파3사는 몸집 키우기로 맞설 태세

▲ 넷플릭스의 국내 유료가입자 수 증가 표.


23일 업계에 따르면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넷플릭스는 6월 말 기준 미국의 유료 가입자 수가 1분기보다 13만 명 줄었다고 발표했다. 넷플릭스의 미국 가입자가 줄어든 건 2011년 이후 처음이다. 

넷플릭스의 6월 말 기준 글로벌 유료 가입자는 1억5천만 명으로 집계됐다. 

가입자는 늘었지만 증가폭은 줄었다. 올해 2분기 세계에서 가입자가 270만 명이 늘어났는데 지난해 2분기 550만 명을 새로 확보한 것에 비하면 증가폭이 절반으로 둔화됐다.

넷플릭스는 미국에서 기세가 꺽이자 동남아시아 등 미국 외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 공격적으로 투자를 진행해 콘텐츠를 확보하면서 이용자 수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으로 넷플릭스의 한국 유료 가입자는 184만 명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6월 기준 63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는데 1년 만에 3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월 평균 결제금액은 모두 241억 원에 이른다.  

넷플릭스는 올해 1월 한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6개월 만에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제시카 리 아시아태평양 커뮤니케이션 총괄 부사장은 올해 초 기자간담회에서 "우리가 진출한 모든 시장에서 매년 그 나라의 콘텐츠 수를 배로 늘려가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콘텐츠의 수를 늘려가겠다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올해 한국에서 공격적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CJENM에 제작비를 지원해 올해 '아스달 연대기' '어비스' '빙의' '로맨스는 별채부록' 등 4개 작품을 확보했다. 아스달연대기는 제작비 500억 원이 들어간 대작으로 넷플릭스에 선판매된 수익이 제작비의 50%가 넘는다.  

SBS의 드라마 '배가본드'도 9월 넷플릭스에서 동시 개봉한다. 배가본드의 제작비는 200억 원대로 넷플릭스가 100억 원을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오리지널 콘텐츠로 올해 '킹덤' '페르소나' '첫사랑은 처음이라서' 등도 제작하면서 기존 지상파3사, CJENM외 다른 콘텐츠 제작사와도 광범위하게 협업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거센 공세는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른 디즈니를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즈니가 자체 인터넷 동영상서비스 '디즈니플러스'를 내놓으면서 넷플릭스에 디즈니 콘텐츠의 공급을 더이상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한국 등 지역에서 콘텐츠 제작비를 지원하거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등 물량을 대량으로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에서는 넷플릭스의 공세에 맞서 ‘웨이브’가 9월 시장에 진출할 준비를 갖춰나가고 있어 넷플릭스에 대항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웨이브는 SK텔레콤의 ‘옥수수’와 지상파3사의 콘텐츠연합 플랫폼인 ‘푹’을 결합한 국내 토종 모바일 동영상서비스다. 처음에 가칭 '푹수수'로 정했다가 웨이브로 변경했다. 

웨이브는 특히 넷플릭스에 맞서 디즈니와 협업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웨이브에 참여하고 있는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최근 '5G플러스 전략위원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넷플릭스가 아닌 디즈니와 협력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웨이브는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해 이용자를 늘리기 위해 디즈니 등 해외 콘텐츠사업자 뿐 아니라 국내 CJENM 등과도 협력하는 것도 추진하고 있다.   

웨이브는 이미 1350만 명의 이용자와 지상파3사가 제공하는 22만여 편의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어 협력이 성사되면 넷플릭스 공세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7월 중 옥수수와 푹의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할 것으로 예상돼 하반기 시장은 넷플릭스와 웨이브의 한판 승부가 전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