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가상화폐 ‘리브라’ 출시를 늦추기로 했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17일 미국 의회 청문회에 참석한 데이비드 마커스 리브라 프로젝트 총괄은 리브라가 돈세탁이나 인신매매, 테러 지원에 쓰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수용해 출시를 늦추겠다고 자세를 낮추면서도 앞으로 자산 전부를 리브라로 소유하겠다고 리브라에 신뢰를 보냈다.
 
페이스북, 가상화폐 '리브라' 속도조절해도 포기는 없다는 뜻 명확

▲ 페이스북 가상화폐 '리브라'.


맥신 워터스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위원장이 "리브라와 리브라 운영사 칼리브라가 페이스북의 주장대로 운영할 수 있는 적절한 법적 틀을 마련할 때까지 모라토리엄(유예)를 약속하겠나"고 묻자 마커스 총괄은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분석하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며 "우리는 이 권리를 얻기 위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대답했다.

한 의원이 "당신의 임금 전부를 리브라로 받을 수 있을 만큼 리브라를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마커스 총괄은 “내 자산 전부를 리브라로 들고 있을 만큼 신뢰한다”고 말했다.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서 일부  민주당 의원은 리브라의 발행계획 축소와 IT기업의 은행업 진출을 막는 입법이 필요하다는 강경한 주장을 펼쳤지만 마커스 총괄은 기세에 눌리지 않고 오히려 청문회를 리브라를 소개하고 홍보하는 기회로 역이용하기도 했다.

마커스 총괄은 "리브라가 단순한 캐시에 불과할 뿐 통화와 은행을 대체하는 방식에서 리브라를 고안한 것이 아니다"고 하원의원을 안심시켰다.  

패트릭 투미 의원이 “리브라협회는 비영리기업이라 말하는데, 저축을 통해 큰 수익이 발생한다. 그리고 투자자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한다”며 "이런 리브라협회가 왜 비영리 기업인가"라고 묻자 마커스는 “리브라는 일종의 ‘캐시’와 같다”며 “리브라는 은행과 경쟁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 사용자가 칼리브라 지갑에 자금을 예치한다고 해도 이자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마커스 총괄은 투미 의원이 말한 저축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리브라가 초기 운영비를 충당하고 리브라 생태계 발전을 위한 투자금으로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마커스 총괄은 리브라가 통화를 무분별하게 찍어냈던 것과는 다르게 예비금을 두고 있어 안정성이 높다며 하원의원들을 설득했다.   

민주당 케이티 포터 하원의원이 19세기 은행이 무차별적으로 은행권을 발행한 뒤 책임을 지지 않았던 사례를 들며 "리브라가 근본적으로 어떻게 '들고양이 은행'과 다르냐“고 질문하자 마커스 총괄은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1:1 예비금을 준비하겠다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예비금은 주로 기축통화인 달러에 의해 뒷받침될 것"이라며 “앞으로 예비금의 50%가 달러가 될 것이며 유로화와 영국 파운드, 일본 엔화도 담보에 포함될 것"이라고 안심시켰다.  

마커스 총괄의 이런 발언에 한 공화당 의원에게서 "블록체인 기술은 혁신이며 암호화폐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는 우호적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마커스 총괄이 이처럼 미국 규제당국에 자세를 낮추며 리브라 출시 유예를 밝히면서 페이스북은 리브라 출시를 두고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17일 프랑스에서 열린 G7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장 회의에서도 참석자들이 리브라에 대응할 포괄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 합의해 이런 시선을 뒷받침한다. 

페이스북은 2020년 상반기에 세계 페이스북 이용자들이 물건을 구매하거나 돈을 송금할 때 사용할 수 있는 가상화폐 리브라를 출시하겠다고 6월 발표해 세계 금융당국을 긴장시켰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