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에서 '박정림 김성현 2인3각 경영체제'가 통했다.

KB증권은 올해 들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오늘Who] 박정림 김성현, KB증권 '2인3각경영' 반년 만에 이익 키워

박정림 KB증권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김성현 KB증권 대표이사 사장.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KB증권에서 박정림 사장과 김성현 사장이 각각 전문영역에서 성과를 내면서 시너지를 보이고 있다.

KB증권은 올해 초부터 박 사장과 김 사장이 각자대표체제로 이끌고 있다.

박 사장은 KB국민은행에 몸담던 시절부터 WM(자산관리)부문을 맡아왔으며 김 사장은 전통 증권맨으로 IB(투자금융)부문에서 잔뼈가 굵었다.

KB증권은 올해 상반기에만 벌써 지난해와 맞먹는 순이익을 냈다.

1분기와 2분기를 더해 순이익 1804억 원을 거뒀는데 지난해 순이익 1897억 원을 거의 따라잡았다. 반 년 만에 한 해 실적을 채운 셈이다. 

KB금융그룹에서 KB증권의 존재감도 점차 커지고 있다. KB증권의 상반기 순이익은 KB금융그룹에서 KB국민은행의 뒤를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KB증권은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이 합병해 출범한 뒤 줄곧 규모와 비교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는데 이런 불명예로부터 서서히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증시 부진으로 주식 브로커리지(위탁매매)부문은 주춤했으나 고수익 대체상품 판매가 늘면서 전체 실적을 크게 끌어올렸다. 특히 KB증권의 관리자산(AUM)은 지난해 말 20조4천억 원에서 2분기 기준 25조6천억 원으로 큰 폭으로 늘었다.

국내 증권사들이 대부분 증시 부진에 따른 위탁매매부문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KB증권이 수익구조를 다각화한 효과를 본 것으로 파악된다. 

투자금융 전문가 김성현 사장이 유망 투자처를 발굴하고 자산관리를 총괄하는 박정림 사장이 상품 기획과 출시, 판매 등을 맡으면서 시너지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증권사는 투자금융부문과 자산관리부문이 함께 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투자금융과 접목한 금융상품 개발이 증권사의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수익률이 높은 투자처를 찾는 능력(IB)과 이를 구조화해 상품으로 출시하는 능력(WM)이 모두 필요하다.

박 사장은 자산관리 전문가다. KB국민은행에서 WM본부장, 리스크관리본부 부행장을 거쳐 KB금융지주에서 WM총괄 부사장, KB증권 WM부문 부사장을 지냈다.

김 사장은 대신증권에 몸담던 시절부터 기업금융팀을 이끄는 등 투자금융 전문가로 이름을 알려왔다. 30년 이상을 투자금융부문에 몸 담았다. 10여 년 전까지 전국에 지점 한 곳 없던 KB투자증권을 독보적 ‘채권 명가’로 키운 인물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하반기에도 좋은 호흡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특히 발행어음사업에서 안팎의 기대가 높다.

KB증권이 6월 내놓은 ‘KB 에이블(able) 발행어음’은 나온 지 하루 만에 5천억 원어치가 모두 판매됐다. KB증권은 1회차를 발행한 뒤 고객의 수요구간을 분석해 이른 시일 안에 2회차 발행도 계획 중이며 연간 2조 원대 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 사장이 발행어음상품 개발과 판매에 주력하면 김 사장은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을 운용하는 역할을 맡아 중소·중견기업 등 새로운 투자처를 적극 확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해 12월 KB증권 대표이사로 내정돼 올해 1월 취임했다.

박정림 사장이 WM, 세일즈앤드트레이딩(S&T), 경영관리부문을 맡고 김성현 사장이 투자금융, 홀세일, 글로벌사업부문과 리서치센터를 총괄하는 각자대표체제다.

KB증권은 KB금융그룹에서 KB국민은행의 뒤를 이어 두 번째로 큰 계열사이자 업계 5위권의 대형 증권사인 만큼 두 사람 모두의 어깨가 무겁다.

두 사람은 1963년에 태어난 동갑내기다. 각자가 맡고 있는 분야가 다르고 강점을 지니고 있는 분야 역시 뚜렷한 만큼 서로 경쟁하기보다는 함께 좋은 호흡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받았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