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기아차 셀토스, 소형 SUV의 맏형 자리를 차지하고 싶어하다

▲ 기아자동차 '셀토스' 주행모습. <기아자동차>

‘맥가이버 칼처럼 작지만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차.’

기아자동차는 새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셀토스’의 공식 출시행사에서 차를 이렇게 표현했다. 감각적 디자인과 첨단 안전 및 편의사양으로 중무장했다는 것이다.

셀토스가 경쟁이 격화하는 소형 SUV시장에서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도를 뜻하는 새 소비 트렌드)’를 중요시하는 30대를 사로잡을 새 대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 “더욱 높은 수준” 지향한 셀토스

18일 경기 여주 마임비전빌리지에서 셀토스의 시승행사가 열렸다.

셀토스는 기아차가 새롭게 내놓은 소형 SUV로 스토닉과 스포티지 사이에 자리매김하는 차량이다. 지난해 부산모터쇼에서 공개된 콘셉트카 ‘SP’와 올해 서울모터쇼에서 공개된 ‘SP시그니처’로 더욱 잘 알려져 있다.

첫 인상은 최근 5년 동안 국내 시장에 쏟아진 다른 소형 SUV와 조금은 다르다.

젊은 여성 고객을 주요 타겟으로 삼아 외관에서부터 다소 ‘귀엽고 예쁜’ 인상을 풍기는 티볼리 등 경쟁차량들과 달리 묵직하면서도 역동적 느낌을 준다. 기아차는 강인한 인상의 ‘물소’에서 영감을 얻어 차를 디자인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디테일을 살린 점이 인상적이다. 방향지시등을 보면 굵기가 서로 다른 3개의 ‘ㄴ자형 LED램프’이 적용돼 깊이감이 더해졌으며 내부에는 독특한 양식으로 디자인된 스피커와 무드램프 등이 세련된 감각을 강조하고 있다.

기아차는 여러 면에서 셀토스가 다른 소형 SUV보다 나은 차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기아차는 카탈로그에 “셀토스를 관통하는 수식어는 ‘더욱 높은’”이라며 “셀토스의 어떤 분야와 요소든 ‘더욱 높은’ 수준으로 완성했다”고 표현해 놓았다.
[시승기] 기아차 셀토스, 소형 SUV의 맏형 자리를 차지하고 싶어하다

▲ 셀토스의 2열 공간은 동급 최고 수준이다. 에어벤트와 USB충전포트를 적용할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내부 공간은 기아차의 설명을 수긍할 만하다.

동급 최고 수준인 전장(차량 길이) 4375mm인 만큼 뒷좌석이 넉넉했다. 레그룸(무릎 공간)만 965mm로 성인 남성이 앉아도 무릎을 넉넉히 펼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하다. 소형 SUV의 부족한 공간에 답답함을 느꼈던 소비자들을 만족할 수 있는 공간이다.

뒷좌석 동승자의 편안함을 더욱 배려하기 위해 리클라이닝 시트 기능도 넣어 뒷좌석에서도 등받이 각도를 26~30도 조절할 수 있도록 한 점도 특징이다.

트렁크도 넓다. 안쪽으로 펼쳐지는 공간이 길지 않아 다소 답답함을 준다는 점이 SUV 고유의 특징인데도 불구하고 어찌됐든 496ℓ의 공간을 뽑아내 골프백 3개와 보스턴백 3개가 동시에 들어간다.

중간 트림(세부사양 등에 따라 나뉘는 일종의 등급)부터 ‘컴포트’ 옵션을 선택하면 2열에 별도의 에어벤트와 USB충전포트를 설치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경쟁차종 가운데 니로 등을 제외하면 2열 에어벤트 옵션은 드문 편이다.

이 밖에도 베젤 없이 단순하면서도 직관적으로 꾸며진 공조기 제어 화면과 다이얼들, 10.25인치 대화면의 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AVN) 화면 등은 내부 공간을 풍성하게 채웠다.

현대차 베뉴는 곳곳을 플라스틱으로 마감해 ‘원가 절감’의 흔적이 역력했으나 기아차 셀토스는 여러 측면에서 “내가 소형 SUV의 맏형이다”라는 이미지를 강조하는 듯 했다. 물론 최소 300만 원 이상의 가격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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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셀토스의 트렁크 공간.

◆ 차로유지 보조기능의 기본화

시승은 행사장에서 강원 원주 오크밸리리조트까지 왕복 130km 구간으로 이뤄졌다.

감마 1.6 가솔린 T-GDi 엔진의 성능은 최대출력 177마력에 최대토크 27.0kgf·m를 보인다. 여기에 7단 듀얼클러치변속기(DCT)가 결합됐다.

파워트레인(엔진과 변속기 등 동력전달계)만 보면 쌍용차 티볼리와 비교해 엔진 성능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티볼리 1.5 가솔린 터보 모델의 최대출력과 최대토크는 각각 163마력, 26.5kgf·m다.

하지만 티볼리에 적용된 변속기가 6단이라는 점에서 셀토스에 좀 더 높은 점수를 줄만 하다.

실제로 셀토스를 고속도로에서 주행할 때 급가속할 때를 제외하면 엔진의 분당 회전수가 2천 안팎으로 유지되면서 안정적으로 변속이 이뤄지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소음진동 성능도 좋다.

엔진 출력음이 차량 내부로는 거의 들어오지 않았으며 노면의 진동이 운전자에게 전달되는 느낌도 거의 받지 않았다. 차를 스치는 바람소리(풍절음)는 시속 125km/h 이하까지는 정숙하지만 그 이상에서는 거슬렸다.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ADAS) 성능은 동급 최고로 칠 만하다.

기아차는 셀토스에 전방충돌 방지보조와 차로이탈 방지보조, 운전자 주의경고, 하이빔 보조에 더해 차로유지 보조기능까지 모든 트림에 기본으로 적용했다. 소형 SUV 가운데 차로유지 보조기능이 기본 적용된 차는 셀토스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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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셀토스 내부 모습.

차로유지 보조기능은 차선 가운데로 자동차가 진행할 수 있도록 스티어링휠을 스스로 조정해주는 기능이다. 스티어링휠 오른편에 위치한 별도의 운전대 버튼을 누르면 활성화된다.

이 기능과 고속도로 주행 보조기능 혹은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컨트롤 기능을 결합해 사용하면 운전자 개입 없이도 차가 차선을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사실상 ‘반자율주행’이 가능해진다.

운전자 입장에서는 장시간 주행에서 오는 피로감을 크게 덜어낼 수 있는 꽤 듬직한 기능이다.

K7 프리미어나 8세대 쏘나타 때와 달리 반자율주행이 장시간 유지되지는 않았다는 점이 살짝 아쉽다.

K7 프리미어는 10분 이상, 8세대 쏘나타는 5분 이상 기능이 유지됐지만 셀토스는 1분 안팎에서 ‘핸들을 잡으십시오’ 하는 경고 문구가 떴다. 하지만 차급과 가격을 고려했을 때 운전자를 충분히 도와주는 기능임에는 이견이 없어 보였다.

이 밖에도 전자식 파킹브레이크와 오토홀드 기능이 적용되는 점도 높이 살 만하다. 오토홀드 기능은 사이드브레이크나 기어를 P로 변경하지 않도고 브레이크만 밟고 나면 브레이크에서 발을 뗐을 때도 차를 정지하게 하는 기능이다. 소형 SUV에 오토홀드 기능을 포함한 차도 사실상 거의 없다.

모든 트림에서 '드라이브와이즈' 옵션(113만 원)만 선택하면 이 기능들을 사용할 수 있다.

시승을 마친 뒤 확인된 연비는 13.0km/ℓ다. 18인치 타이어 기준 복합연비는 11.8km/ℓ지만 이보다 나은 연비성능을 보여줬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