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의 기업가치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넷마블 시가총액은 한때 엔씨소프트를 훨씬 웃돌았으나 최근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고 있다. 자체 지식재산권을 육성하는 데 미흡한 점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게임 대장주' 엔씨소프트와 넷마블 시총 벌어져, 지식재산권이 갈랐다

▲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


18일 넷마블 주가는 장중에 상장 뒤 최저가(8만8600원)를 새로 썼다.

넷마블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2천억 원을 들여 자사주를 매입했지만 주가흐름에는 뚜렷한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넷마블 시가총액이 8조 원 아래까지 떨어지는 동안 엔씨소프트 시가총액은 11조 원을 향해가고 있다. 

한때 두 게임회사가 시가총액 10조 원 정도에서 게임주 1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던 게 언제였는지 모를 정도로 차이가 확연하다. 

게임업계에서는 자체 지식재산권을 육성하는 데 성공했는지가 두 회사의 기업가치를 갈랐다고 본다.  

넷마블은 외부 지식재산권을 활용해 모바일게임을 개발하는 데 강점이 있지만 이용자들의 충성도가 높은 자체 지식재산권을 만들어내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넷마블 매출 가운데 비중이 가장 높은 ‘블레이드&소울 레볼루션’과 ‘리니지2 레볼루션’은 넷마블이 아닌 엔씨소프트가 지식재산권을 소유하고 있다.

넷마블이 상반기에 출시한 게임들도 모두 외부 지식재산권을 사용했다. 

‘킹오브파이터 올스타’와 ‘일곱 개의 대죄: 그랜드크로스’, ‘BTS월드’는 각각 SNK, 일본 애니메이션,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지식재산권을 활용해 제작했다.

넷마블이 넥슨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주요 이유도 지식재산권 확보를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넥슨은 1990년대부터 ‘바람의나라’ ‘크레이지아케이드BnB’ ‘카트라이더’ ‘메이플스토리’ ‘마비노기’ 등 다양한 지식재산권을 개발하고 강화해왔다.

반면 넷마블은 외부 게임개발사의 게임을 배급하는 사업모델을 최초로 도입했다. 이런 사업모델은 당시에는 매출 급증에 기여하며 획기적 전략으로 인정받기도 했지만 이제는 넷마블의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넷마블이 모바일게임을 전문으로 배급하는 길을 선택한 것도 지식재산권을 확보하지 못한 이유로 꼽힌다. 모바일게임은 일반적으로 PC온라인게임보다 몰입도가 낮아 이용자가 지식재산권에 충성도가 높아지는 데 한계가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실제 ‘리니지M’을 비롯해 ‘로한M’ ‘랑그릿사’ ‘검은사막 모바일’ 등 모바일게임 매출 상위권에 들어있는 게임들은 PC온라인게임으로 지식재산권을 먼저 강화했다.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도 자체 지식재산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방 의장은 지난해 넷마블 미디어행사인 NTP에서 주요 사업전략으로 인공지능게임 개발, 새로운 장르 개척과 더불어 자체 지식재산권 육성과 플랫폼 확장을 꼽았다.

넷마블은 ‘쿵야 캐치마인드’와 ‘극열 마구마구’, ‘세븐나이츠2’ 등 하반기에 자체 지식재산권을 사용한 게임들을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지만 이 지식재산권들의 ‘이름값’은 리니지 등에 한참 못 미친다.

증권사들도 넷마블의 미래 성과를 예측하는 데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증권사들이 제시하는 넷마블 목표주가는 8만5천 원부터 16만 원까지 범위가 넓을 뿐만 아니라 투자의견도 비중축소와 중립, 매수 등 다양하다.

반면 엔씨소프트를 둔 증권사들의 투자의견은 대체로 매수로 일치한다. 엔씨소프트 기업가치가 5~6년 동안 상승세를 보인 데 비춰 계속해서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엔씨소프트가 ‘리니지’와 ‘리니지2’, ‘블레이드&소울’, ‘아이온’ 등 지식재산권을 사용한 모바일게임을 1~2년 동안 순차적으로 내놓는다는 계획을 세워뒀기 때문이다.

특히 PC온라인 대규모 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MMORPG) ‘리니지2’를 모바일환경에 이식한 ‘리니지2M’은 리니지M을 출시했을 때처럼 반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엔씨소프트는 2017년 6월 리니지M을 출시하고 그해 매출이 78.8% 뛰었다.

김민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리니지2의 인지도와 이용자들의 높은 충성도를 감안할 때 리니지2M 흥행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재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