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에서 압도적 1등과 글로벌 1등 플랫폼 사업자로서 본격 성장. 황창규 KT 대표이사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내건 목표다.

5G통신 초기 주도권을 쥐기 위해 이동통신사들 사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황 회장은 KT 새노조의 고발과 정치권의 공세 등 '내우외환'이 이어지고 있어 목표를 이루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오늘Who] 황창규의 KT '5G 원대한 꿈', 내우외환에 날개도 못펴

▲ 황창규 KT 대표이사 회장.


18일 통신업계와 법조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경찰이 KT 본사를 압수수색한 것을 두고 황 회장이 또 다시 소환조사를 받을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는 15일과 16일 이틀 동안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KT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KT의 새노조와 시민단체인 약탈경제반대행동이 3월 황 회장이 정치인의 측근과 전직 고위 공무원 등에게 고액 자문료를 준 혐의(업무상 배임)로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6월에는 검찰이 황 회장의 ‘쪼개기 후원금’과 관련해 KT의 분당 사옥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황 회장은 계열사 위장도급과 근로자 불법파견, 노조 설립 방해 등의 의혹도 받고 있다. 민주당 의원 9명이 위증과 출석방해, 자료제출 거부 등으로 황 회장을 고발한 건도 수사를 앞두고 있다.

당국의 수사와 정치권의 공세가 이어지며 사실상 임기 마지막 해의 절반이 지난 지금 황 회장이 올해 초 내걸었던 목표를 달성하기가 버거워 보인다.

황 회장은 올해 5G통신에서 1등을 차지하고 기업 대상의 거래(B2B)사업으로 5G시대의 수익모델을 확보해 KT의 미래를 다진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가시적 성과는 아직 기대이하다.

KT는 탄탄한 유선망 인프라를 바탕으로 한 5G통신 기지국 구축과 평창올림픽에서의 5G경험 등을 바탕으로 5G통신 경쟁에서 우위를 자신했지만 받아든 성적표는 아쉬움을 남긴다.

5G통신 가입자 수가 갓 100만 명을 넘은 상태이기 때문에 아직 점유율에 큰 의미를 두기는 어렵지만 KT는 6월 말 기준 5G통신 가입자 점유율에서 기존 이동통신시장 점유율과 비슷한 30% 초반대를 유지하는데 그쳤다.

KT는 5G통신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가장 먼저 내놓으면서 4월 한 때 5G가입자 1위를 보였지만 5월 들어 SK텔레콤에 1위 자리를 내줬고 3위 LG유플러스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황 회장은 5G시대를 맞아 기업 대상 거래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5G통신을 상용화한 4월 임직원들과 ‘KT 5G B2B 전진대회’까지 개최하며 5G시대에 기업 대상 거래에 힘을 쏟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1등 플랫폼으로 도약할 것이라는 큰 그림도 그렸다.

KT는 스마트팩토리, 클라우드, 자율주행차 등 5G통신을 기반으로 B2B사업을 추진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라고 할 만한 것은 없다.

스마트팩토리는 현대중공업지주와, 클라우드는 하나은행과 협력하고 있지만 거래 기업을 확보하기가 어려워 계열사 시너지를 받으며 B2B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SK텔레콤과 삼성SDS, 포스코ICT 등의 경쟁사들을 싸움하기도 만만찮다.

정치권에서 KT를 바라보는 시각이 곱지 않은 만큼 기업들이 KT와 협력해 굳이 정치적 위험을 지지 않으려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딜라이브 인수를 계기로 유료방송사업에서 도약하겠다는 시도는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에 발목이 잡혔다. 국회의 합산 규제 재도입 논의가 해를 넘겨 이어지고 있는 것을 두고 정치권이 황 회장의 퇴진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황 회장이 KT의 미래 핵심사업으로 꼽았던 인터넷은행도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걸려 증자 참여가 어려워지면서 앞날을 기약할 수 없게 됐다.

KT의 한 관계자는 “압수수색을 너무 많이 받아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을 정도”라며 “다른 사업자들은 공격적으로 5G통신과 유료방송 등 사업을 펼치느라 바쁜데 KT만 발이 묶여 안타깝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