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열 HSD엔진 대표이사 사장이 친환경에서 HSD엔진의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하다.

선박용 엔진 제작이 주력사업인 HSD엔진은 최대 고객사인 대우조선해양의 선박엔진 발주가 중단될 수도 있는 상황이어서 고 사장은 대우조선해양의 빈자리를 메워줄 매출처 확보가 절실하다.
 
HSD엔진 고객사 대우조선해양 놓칠 위기, 고영열 친환경에서 길 찾아

▲ 고영열 HSD엔진 대표이사 사장.


대우조선해양이 현대중공업과 기업결합을 앞두고 있는 만큼 머지 않아 현대중공업에 선박엔진을 발주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16일 HSD엔진에 따르면 고 사장이 공들여 온 탈질촉매(SCR)사업의 성장이 곧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본다.

탈질촉매는 대기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을 최대 90%까지 저감할 수 있는 친환경장치다.

HSD엔진은 6월 포스코와 탈질촉매 공급계약을 맺었는데 앞서 15일 포스코 광양제철소가 기존 소결공장(철광석을 가열해 덩어리로 뭉치는 공장)에만 설치하던 탈질촉매를 부생가스 발전소로 확대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공급량을 늘릴 기회를 잡았다.

탈질촉매는 원래 선박엔진에 탑재돼 국제해사기구(IMO)의 질소산화물 및 황산화물 배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장치다.

고 사장은 육상설비로 사업을 확대해 HSD엔진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새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고 사장은 4월 열린 한국중부발전의 제주발전본부와 탈질촉매 관련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업무협약식을 직접 주관할 정도로 열의를 보였다.

HSD엔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포스코를 시작으로 다른 제철회사나 제련회사, 시멘트회사, 석유화학회사, 발전업계 등 폭넓게 탈질촉매 공급선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현재 제철소가 많은 중국에서도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 시장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탈질촉매 매출은 2019년 1분기 기준으로 HSD엔진 전체 매출의 5.5%에 그친다. 처음 사업을 시작한 2014년부터 2018년까지는 매출이 적어 사업보고서에 사업내용을 담지도 않았다.

그러나 국제해사기구가 2020년부터 선박의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이산화탄소 등 배기가스 배출 제한을 강화하는 규제를 시행하기 때문에 사업의 성장 가능성은 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해상 환경규제로 질소산화물 저감장치시장의 확대가 본격화될 것”이라며 “HSD엔진의 탈질촉매장치도 2019년부터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파악했다.

육상설비에 쓰일 탈질촉매 수요까지 겹쳐 HSD엔진의 탈질촉매 수주잔고는 2016년 56억 원에서 2018년 525억 원으로 이미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HSD엔진은 해마다 매출의 90% 이상을 선박엔진사업에서 낸다. 2018년 기준으로 글로벌 선박엔진시장의 23.8%를 점유해 현대중공업에 이은 글로벌 2위 선박엔진회사에 오를 만큼 경쟁력도 있다.

그럼에도 고 사장이 새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힘을 쏟는 것은 선박엔진시장에서 HSD엔진의 입지가 불안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HSD엔진의 최대 고객사 대우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과 기업결합을 앞두고 있다. 이에 선박기자재업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이 앞으로 HSD엔진이 아닌 현대중공업의 엔진을 선박에 탑재하게 될 것으로 내다본다.

HSD엔진 매출에서 대우조선해양에 납품하는 선박엔진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28.5%, 2018년 31%, 2019년 1분기 55.6%로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다.

고 사장은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초대형 고객사가 사라질 때를 대비한 방안 마련이 절실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국제해사기구의 환경규제는 선박엔진사업에서도 고 사장에게 길을 열어주고 있다.
 
HSD엔진 고객사 대우조선해양 놓칠 위기, 고영열 친환경에서 길 찾아

▲ HSD엔진이 제조한 선박엔진.


국제해사기구는 2020년부터 선박연료유의 황함량기준을 기존 3.5%에서 0.5%로 낮추는 규제를 시행한다.

이에 따라 황함량이 적은 LNG(액화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이중연료 추진엔진이나 LNG 추진엔진을 탑재한 LNG추진선이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산업은행이 함께 펴낸 ‘글로벌 친환경 선박기자재시장 동향 및 해외시장 진출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LNG추진선 발주가 2025년 글로벌 선박 발주의 60.3%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HSD엔진은 이미 글로벌 선박엔진 기술회사인 덴마크의 MAN, 스위스의 WinGD와 기술제휴를 맺어 이중연료 추진엔진이나 LNG추진엔진을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다.

고 사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선박엔진 관리 솔루션의 기술까지 확보해 HSD엔진의 선박엔진 경쟁력을 더욱 끌어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앞서 11일 HSD엔진은 대우조선해양, 독일 MAN-ES와 손잡고 선박엔진 디지털화를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맺었다.

선박엔진 디지털화가 이뤄지면 고객사는 육상에서 실시간으로 선박엔진의 상태를 모니터링하며 이상증상을 미리 발견할 수 있다.

HSD엔진 관계자는 “글로벌 환경규제에 대비해 탈질촉매나 친환경 선박엔진 등의 사업에서 선도적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공을 들였고 지금도 그러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며 “대우조선해양의 선박엔진 발주가 사라진다면 물론 타격이 있겠지만 기술력에 기반을 둔 경쟁력으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