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훈 현대상선 사장이 초대형 컨테이너선박 운항으로 늘어나게 될 선복량을 화물로 채우기 위해 영업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15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배 사장이 해운동맹(얼라이언스) 가입에 성공한 데 이어 다음 과제는 영업력 강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늘Who] 배재훈, 현대상선 해운동맹 가입 이어 영업력 강화에 분주

배재훈 현대상선 대표이사 사장.


현대상선은 2020년에 2만3천 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박 12척, 2021년에 1만5천 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박 8척을 조선사로부터 건네받는다.

현대상선은 2022년까지 선복량이 기존 40만 TEU 에서 100만 TEU 까지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선복량은 선사가 운송할 수 있는 화물의 총량을 결정하기 때문에 선사의 매출규모와 직결된다.

또한 규모의 경제효과가 크게 작용하는 해운업계 특성을 살피면 선복량은 단순히 매출규모 뿐 아니라 수익성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현대상선이 2만3천 TEU급 선박 12척을 넘겨받는 2020년부터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선복량이 늘어난다고 해서 무조건 수익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두 배 넘게 늘어나는 선복량을 채우기 위해서는 배에 짐을 실어주는 화주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배 사장은 최근 미국에서 영업전략회의를 끝내고 월마트, 아마존, 타깃, 홈데포 등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 관계자들을 만났다.

현대상선의 주력 노선인 미주 노선에서 화주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월마트와 타깃, 홈데포는 2018년 기준 미국 수입업자 물동량 순위에서 1, 2, 3위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아마존 역시 이 조사에서 13위를 차지했다.

현대상선은 최근 베트남 물류사업에 진출할 계획을 세웠는데 이 역시 베트남 지역 화주들을 확보해 현대상선의 처리 물동량을 늘리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화주들 사이에서 최근 ‘현대상선의 배를 기다리고 있다’는 말도 심심치않게 들을 수 있다”며 “북유럽과 미주지역 화주들 사이에서도 현대상선의 초대형 컨테이너선박 운항과 관련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배 사장은 현대상선을 맡기 전에 물류회사인 범한판토스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경험이 있다. 해운회사에서 근무해 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해운업과 관련된 이해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영업력 강화 측면에서는 오히려 물류회사를 이끌었다는 경력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배 사장은 취임 직후인 3월 유럽 순방을 다녀왔는데 이 역시 유럽지역 화주들과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 사장이 미주노선과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 화주들을 통해 영업력에서 성과를 내면 현대상선에 쏟아지는 시장의 우려를 해소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현대상선이 디얼라이언스에 가입한 것 역시 현대상선의 영업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해운동맹은 가장 높은 단계의 해운 협력체다. 여러 해운사가 하나의 회사처럼 노선과 선복을 공유하는 만큼 세계 5위 해운사인 독일의 하팍로이드, 세계 7위 해운사인 일본의 원, 세계 8위 해운사인 대만의 양밍의 화주들을 현대상선이 활용할 수 있게 된다.

해운동맹 가입은 한진해운 사태로 추락했던 한국 해운업을 향한 글로벌 화주들의 신뢰도가 회복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현대상선의 영업력 강화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한진해운 사태 당시 세계 주요 항구들이 한진해운 선박의 입항을 금지하면서 화물을 제 시간에 하역하지 못해 여러 화주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이 일로 한국 해운은 글로벌 대형 화주들의 신뢰를 잃었고 이는 현대상선의 화주 확보에도 영향을 미쳤다. 현대상선은 디얼라이언스 가입이 이 때 추락한 신뢰도 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은 현대상선의 디얼라이언스 가입을 놓고 1일 “현대상선의 해운동맹 가입으로 한국 해운을 향한 국제적 신뢰도를 회복할 수 있게 됐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디얼라이언스 가입으로 동맹 선사들과 선복을 공유하게 된 데다가 영업력 강화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선복량을 채우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며 "초대형선의 만선도 충분히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