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조선과 STX조선해양이 중국 중형조선사들과 더욱 치열한 수주경쟁을 벌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중형조선사들이 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운 뒤 대한조선과 STX조선해양의 주력선종으로 건조 선종의 폭을 넓히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조선 STX조선해양, 중국 중형조선사 합병으로 거친 수주경쟁 직면

▲ 박용덕 대한조선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장윤근 STX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1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조선산업 재편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중국초상국공업(CMIH), 중국국제해운컨테이너그룹(CIMC), 중국항공공업(AVIC) 등 중형조선사 3곳이 전략적 합병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합병을 통한 시너지로 기술력을 높이고 수주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중형조선사들은 중국 중형조선사들과 수주경쟁을 벌이고 있어 중국에서 합병 추진이 달갑지 않다. 특히 대한조선과 STX조선해양에은 중국 중형조선사의 합병에 따른 영향을 곧바로 받게 될 수 있다.

한국 중형조선사 가운데 정상적 수주영업을 하고 있는 곳은 대선조선, 대한조선, STX조선해양 3곳뿐인데 대선조선은 수주경쟁이 비교적 덜 치열한 특수선으로 수주텃밭을 옮겼다.

그러나 대한조선이 최근 주력선종으로 내세우는 수에즈막스급 액체화물운반선(탱커)과 STX조선해양의 주력선종인 MR탱커는 중국 중형조선사들이 계속해서 진출기회를 엿보고 있는 선형이다.

수에즈막스급 액체화물운반선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최대 크기의 선형으로 규모가 12만~20만 DWT(순수화물 적재량단위)인 선박이며 MR탱커는 5만 DWT 안팎의 액체화물운반선이다.

중국 중형조선사들은 이미 일반화물선(벌커)과 6천 TEU(20피트 컨테이너 적재량단위)급 이하의 중소형 컨테이너선 수주시장을 석권했다.

이어 2018년에는 아프라막스급(운임 효율이 가장 뛰어난 선형) 액체화물운반선 시장에서도 한국 조선사들을 제치고 가장 많은 선박을 수주했다.

아프라막스급 액체화물운반선에서 한 체급을 높이면 수에즈막스급 액체화물운반선이며 한 체급을 낮추면 MR탱커다. 글로벌 조선업계는 중국 조선사들이 두 선형으로 수주영업의 범위를 넓힐 것으로 내다본다.

중국에서는 원유 수입량이 늘면서 수에즈막스급이나 초대형 원유운반선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이 선박들을 수주하려는 중국 중형조선소의 움직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조선해운 전문매체 헬레닉시핑뉴스(HellenicShippingNews)는 “중국은 해마다 10%씩 원유 수입량을 늘리고 있다”며 “아프라막스급 액체화물운반선만으로는 늘어나는 원유 물동량을 감당하기 어려우며 수에즈막스급이나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으로 선박 발주의 폭을 늘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조선사들은 선박 건조가격의 20%에 이르는 정부의 금융지원을 등에 업고 선박 수주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우고 있다.

장난조선소나 양쯔강조선소 등 중형 조선소들은 이미 MR탱커의 글로벌 선박 건조가격(신조선가)인 3600만 달러보다 10%가량 낮은 가격으로 MR탱커 수주시장에 발을 들이고 있다.

대한조선과 STX조선해양이 중국 중형조선사들의 합병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두 조선사 관계자는 “중국 중형조선사들의 합병이 완료되기 전에 우리가 건조실적을 쌓으면 선박 품질을 통해 선주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면서도 “중국 중형조선사들이 합병을 통해 기술력을 키운다면 수주경쟁이 심화될 수 있어 가볍게 볼 일은 아니다”고 입을 모았다.

대한조선과 STX조선해양은 중국과 수주경쟁에서 밀려난 뒤 최근에야 현재의 주력선종에 안착한 상황에서 또 다시 중국 조선소의 거센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STX조선해양은 올해 6월 산업은행으로부터 선수금환급보증(RG)을 받는 등 MR탱커 수주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지가 얼마 되지 않았다.

대한조선은 2018년 10월부터 아프라막스급 액체화물운반선에서 수에즈막스급 액체화물운반선으로 주력선종을 변경했기 때문에 또 다시 수주전략을 변경하기는 부담스럽다.

일각에서는 중국 조선사들의 합병에 따라 한국 중형조선사들도 통합해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합병을 통해 중형조선사들의 수주 영업력을 집중해 일감 확보 가능성을 높이고 규모의 경제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중형조선사들의 통합이 그다지 큰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한 중형조선사 관계자는 “중형조선사들의 주력선종이 제각기 달라 통합한다고 해서 어떠한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특히 해남에 조선소를 둔 대한조선과 창원에 조선소를 보유한 STX조선해양의 경우는 통합에 따른 시너지가 사실상 전무하며 이미 경영이 정상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통합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