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KDB생명보험 매각을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

산업은행은 2014년부터 세 차례나 KDB생명을 매각하려 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는데 이 회장은 이번에는 반드시 매각을 성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오늘Who] 이동걸, 산업은행의 '눈엣가시' KDB생명 매각 강한 의지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동걸 회장은 지금이 KDB생명 매각의 적기라고 보고 매각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이 회장은 지금을 놓치면 기회가 다시 찾아오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KDB생명의 경영지표가 최근 눈에 띄게 좋아지는 등 홀로서기에 나설 준비가 됐다는 것이다.

KDB생명은 상반기에 300억 원 이상의 순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순이익 64억 원을 거두며 1년 만에 흑자 전환한 데 이어 순이익 규모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KDB생명은 올해 최대 2400억 원 규모의 자본 확충을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최근 산업은행의 도움 없이 990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에도 성공했다. 이를 고려하면 지급여력비율도 230%대까지 올라선 것으로 추정된다.

이 회장은 최근 KDB생명 매각에 성공하면 KDB생명 사장에게 최대 30억 원, 수석부사장에게 최대 15억 원의 성과급을 지급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앞서 백인균 산업은행 부행장도 KDB생명 수석부사장으로 내정했다. 정재욱 사장을 도와 KDB생명 매각에 힘을 보태기 위한 인사다.

공교롭게도 매각에 성공하면 성과급을 받게 되는 두 사람 모두 이 회장과 인연이 있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논란거리를 안고 있다.

정재욱 사장은 과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재직하던 시절 이 회장과 함께 일했다. 정 사장이 보험회사에 몸 담은 경험이 없는데도 KDB생명 대표로 선임된 이유로 두 사람의 인연이 꼽히기도 했다.

이 회장이 이런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을 알면서도 이런 결정을 내린 배경에 크고 작은 잡음이 있더라도 무조건 매각에 성공해야 한다는 판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매각 성사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그동안 세 번이나 매각에 실패한 데다 근본적 영업력을 놓고 여전히 의문이 따라붙고 있기 때문이다. 생명보험업황 역시 좋지 않다.

KDB생명은 2년여 동안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영업력이 훼손됐다.

나이스신용평가는 5월 정기평가를 통해 KDB생명의 무보증 후순위사채 신용등급을 A+로 유지하고 등급 전망은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저조한 수익성이 지속되고 있는 점, 전반적으로 영업력 회복이 미흡한 점 등을 고려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KB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 등이 생명보험사 인수에 관심을 두고 있지만 KDB생명의 규모가 자산기준 13위에 그쳐 매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특히 조만간 동양생명이나 ABL생명이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큰데 금융지주의 관심도 이 두 회사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성과급 지급이 역효과를 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KDB생명이 매물로서 가치가 떨어진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셈이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현재 일부 금융지주를 상대로 인수의사를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DB생명 매각이 성사된다 하더라도 투입된 공적자금만큼의 값을 받기 어렵다는 점 역시 논란거리다. 산업은행이 KDB생명에 투입한 자금은 1조 원에 이르지만 KDB생명의 시장가치는 5천억 원 안팎으로 평가받는다. 산업은행이 투입한 돈의 절반 수준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이 공적자금 회수에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45억 원이라는 거금을 내건 걸 보면 지나치게 매각에만 매몰돼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그동안 이 회장이 KDB생명을 놓고 ‘애초에 인수해선 안 될 회사’라고 말하는 등 눈엣가시처럼 여겼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이 더욱 좋게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