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포용금융을 내세우며 중금리대출 확대를 요구하고 있지만 카드업계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12일 카드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국내 카드사들이 중금리대출 대출의 규모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카드사, 금융위 '포용금융' 요구받아도 중금리대출 확대 쉽지 않아

▲ 금융위원회가 포용금융을 내세우며 중금리대출 확대를 주문하고 있지만 카드업계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자본 관련 규제로 국내 카드사들이 중금리대출 대출의 규모를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연합뉴스>


국내 카드사들은 7월 들어 중금리대출을 놓고 새로운 상품을 내놨거나 출시를 준비하는 등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KB국민카드는 10일 신용카드 회원 대상 중금리대출 상품인 ‘KB국민 생활든든론2’를 선보였다.

신한카드 ‘스피드론 중금리’, 우리카드 ‘우리중금리 장기카드대출’, 롯데카드 ‘중금리론’ 등 다른 카드사들도 3분기 중으로 중금리상품을 내놓는다.

카드사들이 중금리상품을 놓고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새롭게 적용되는 중금리대출의 금리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것이다.

금융위는 6월에 감독규정을 개정해 중금리대출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금리요건을 조정했다. 개정된 감독규정은 7월1일부터 시행됐다.

중금리대출 금리요건은 금융권 전체에 평균금리 16.5%, 최고금리 20.0%로 일괄 적용됐으나 개정된 기준은 업권별로 기준이 다르다.

카드업권에 적용되는 중금리대출 금리요건은 평균금리 11.0%, 최고금리 14.5%다. 기존 기준보다 평균금리와 최고금리 각각 5.5%포인트 낮아졌다.

캐피탈사와 저축은행의 중금리대출 금리요건이 각각 2.5%포인트, 0.5%포인트 하향조정된 것과 비교하면 8%포인트 떨어진 상호금융권과 함께 큰 폭으로 낮아진 셈이다.

금리조건 조정에 따라 중금리대출의 수익성이 낮아질 수 있는데 카드사들이 새로운 기준에 맞춘 상품을 내놓는 것은 금융위가 중금리대출에 규제완화 혜택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본업자산 대비 대출자산 비중을 30% 이하로 유지해야 하는 규제를 받고 있는데 대출자산 산정에서 중금리대출은 대출금액의 80%만 반영된다. 

중금리대출은 가계대출 총량규제의 대상도 아니다. 가계대출 총량규제는 전년대비 대출증가율을 일정 비율 이내로 제한하는 규제로 현행 규제비율은 7%다.

국내 카드사의 주요 수입원인 카드수수료의 수익성이 악화한 점도 카드사들이 중금리대출을 늘릴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정부는 지난해 영세·중소가맹점의 카드수수료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영세·중소가맹점에 적용되는 카드수수료율을 낮췄다. 카드사들은 대형가맹점과 수수료율 인상 협상에서도 난항을 겪고 있다.

다만 카드사들이 중금리대출을 늘리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자본 관련 규제가 걸림돌이다.

현재 카드사에는 레버리지 배율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 레버리지 배율은 자기자본 대비 총자산 한도를 뜻하는데 현재 카드사의 레버리지 배율 한도는 6배다.

카드사가 레버리지 배율에 여유가 없는 상태라면 대출자산을 늘리기 전에 자기자본을 확충해야 한다.

국내 카드사 대부분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레버리지 배율이 이미 5배를 웃돈다. 삼성카드와 BC카드 정도가 각각 3.7배, 3.42배로 레버리지 배율에 여유가 있는 편이다.

일부 카드사에서는 레버리지 배율 규제에 따른 영업 제한을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현대카드는 지난해에 카드사 최초로 신종자본증권을 3천억 원 발행했고 롯데카드도 올해 6월에 2천억 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카드업계는 카드업권에 상대적으로 강하게 적용되고 있는 레버리지 배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여신전문금융업의 레버리지 배율 제한이 10배라는 점과 비교하면 카드업권에 적용되는 레버리지 배율 규제는 지나치게 가혹한 느낌이 있다”며 “카드업계는 꾸준히 금융당국에 레버리지 배율을 완화해달라는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