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돌풍이 거세다.

쌍용자동차 티볼리가 새단장해 출시된 데 이어 현대자동차의 베뉴와 기아자동차 셀토스도 가세하고 있다.
 
소형 SUV 열풍에 소형 세단 사라지고 아반떼 K3도 설 자리 좁아져

▲ 쌍용자동차 '베리 뉴 티볼리'.


소형 SUV가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한때 사회초년생의 첫차로 위상이 높았던 소형 세단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12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SUV 등 레저용차량(RV)의 인기는 국내에서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2018년 기준으로 국내에서 팔린 자동차 가운데 레저용차량의 비중은 47%에 이른다. 2010년만 해도 22.6%에 머물렀는데 8년 만에 비중이 2배 이상 확대됐다.

레저용차량의 판매 성장을 이끄는 일등공신은 단연 소형 SUV다.

전체 레저용차량 판매량 가운데 소형 SUV의 비중은 2014년까지만 해도 8%에 불과했지만 2015년 티볼리 출시 직후 16%까지 뛰었다. 2018년에는 26%였다.

새 시장의 규모가 커진다는 것은 완성차기업에게 하나의 기회다. 현대차가 최근 2~3년 동안 코나와 베뉴를, 기아차가 스토닉과 니로, 셀토스를 줄줄이 내놨다는 점은 이런 시장흐름의 변화를 놓치지 않으려는 완성차기업의 전략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소형 SUV가 대세’라는 공식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한때 완성차기업의 주요 수익원이었던 소형 세단의 판매량이 맥을 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현대차 노사는 합의를 통해 울산1공장에서 생산하던 소형 세단 엑센트의 단종을 결정했다. 현대차를 대표하는 4대 세단 라인업의 막내로 25년의 역사를 지닌 차지만 ‘소형’ 차급을 공유하는 베뉴 출시에 따라 국내에서 모습을 감추게 됐다.

엑센트는 2010년 3세대 모델 출시 이후 초반만 하더라도 연간 3만 대 수준의 판매량을 유지했지만 2018년에는 5698대에 그쳤다. 올해 상반기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이상 줄어들어 사실상 시장 수요가 거의 사라졌다.

기아차도 마찬가지다. 기아차는 이미 스토닉 출시 이후 프라이드를 단종해 현재 국내에서는 소형 세단 라인업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

준중형 세단인 현대차 아반떼와 기아차 K3도 상황이 좋지 않다.

아반떼는 지난해 하반기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돼 시장에 나왔으나 올해 상반기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1% 줄어든 3만2184대에 머물렀다.

아반떼는 2013~2016년까지만 하더라도 국내에서 해마다 평균 10만 대가량씩 판매됐으나 이후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후퇴하고 있다.
 
소형 SUV 열풍에 소형 세단 사라지고 아반떼 K3도 설 자리 좁아져

▲ 현대자동차 '투싼'.


K3 상반기 판매량은 2만2673대다. 최고 전성기였던 2013년 상반기보다 18.1% 줄었다.

소형 세단은 최근 출시되는 여러 소형 SUV와 비교해 가격 측면에서 최소 100만 원, 많게는 500만 원 이상 싸다.

가격으로만 따지면 충분한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넉넉한 실내공간과 실용성 등을 따지는 고객이 늘어나면서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소형 SUV의 돌풍은 일부 차종에서 가격대가 겹치는 준중형 SUV의  판매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현대차 투싼의 판매량은 지난해 4만2606대를 보였다. 2015년 5만7194대 판매를 정점으로 2016년 5만6608대, 2017년 4만6322대로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기아차 스포티지도 투싼과 마찬가지로 2015년을 기점으로 3년 연속 판매량이 감소했다.

소형 SUV가 '생애 첫 차'로 각광받고 있고 중형 SUV가 패밀리카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준중형 SUV의 시장 위치가 애매해 소비자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