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이 KB자산운용의 SM엔터테인먼트를 향한 주주행동에 힘을 보탤 수도 있다. 

두 자산운용사는 일찍부터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에 적극 나서왔던 만큼 SM엔터테인먼트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데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SM엔터테인먼트 주주행동하나

▲ 서유석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왼쪽), 조홍래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 사장.


11일 엔터테인먼트업계에 따르면 SM엔터테인먼트는 7월31일 KB자산운용의 주주서한에 답변하기 위해 실행할 수 있는 여러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KB자산운용은 6월5일 라이크기획 합병, 적자 자회사 매각, 배당성향 30%로 상향 등을 요구하는 주주서한을 SM엔터테인먼트에게 보낸 바 있다. 라이크기획은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이 지분 100%를 들고 있는 개인회사다.

SM엔터테인먼트는 KB자산운용의 요청에 응답하는 차원에서 2000년 상장한 뒤 처음으로 배당금 지급, 자사주 소각 등을 검토하며 주주 친화정책을 펼치겠다는 뜻을 보였다.

다만 라이크기획 합병, 적자 자회사 매각 등과 관련해서는 아직 입장을 내놓지 않았는데 SM엔터테인먼트가 이 부분을 모른 척 넘어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KB자산운용이 SM엔터테인먼트에 주주행동을 시작한 뒤 국민연금을 비롯한 다수의 기관투자자들이 SM엔터테인먼트 보유 지분을 늘리며 SM엔터테인먼트의 기업가치 개선에 동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기관투자자들의 요청에 따르지 않는다고 해도 법적으로 책임져야 할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관투자자들은 SM엔터테인먼트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적극적 의결권을 행사해 SM엔터테인먼트의 경영에 제한을 두는 방식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은 11일 기준으로 SM엔터테인먼트 주식 5.01%(117만283주), 5%(117만181주)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KB자산운용이 SM엔터테인먼트에 주주서한을 보낸 뒤 두 자산운용사는 기존 4%대에 머무르던 SM엔터테인먼트 보유 지분을 5%대로 늘렸다.

자산운용사들이 주주행동을 벌이기에 앞서 해당 기업의 지분을 5% 이상 보유하는 게 일반적이라는 점을 살피면 두 회사가 SM엔터테인먼트에 주주로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지분을 늘린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늘린 건 단순투자 목적"이라며 "지금으로선 주주행동을 펼칠 계획을 세워두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관계자 역시 SM엔터테인먼트 지분 확대와 관련해 단순투자 목적임을 밝히며 주주행동 계획을 놓고는 현재로서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서 KB자산운용도 SM엔터테인먼트의 지분을 늘린 것을 놓고 '단순투자 목적'이라고 밝혔으나 주주행동에 나섰던 것을 보면 두 자산운용회사도 주주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일찍부터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에 적극 나선 자산운용사로 꼽힌다.

스튜어드십코드는 기관투자자가 투자기업의 의사결정에 참여해 주주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도록 하는 의결권 행사지침이다. 스튜어드십코드 강화는 주주 이익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1월 태평양물산에 공개서한을 보내 높은 부채 때문에 발생하는 이자비용이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며 자산을 매각해 부채를 줄이라고 요구한 적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4월 CJ제일제당에게 차입금 증가에 따른 재무구조 관리방안을 문의하는 주주서한을 보낸 데 이어 5월 현대중공업에게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주당 순자산가치(BPS) 하락이 불가피하다며 주주 친화정책을 요구했다.

두 자산운용사 모두 앞으로 주주로서 활동의 보폭을 넓히겠다는 계획을 세운 만큼 KB자산운용의 SM엔터테인먼트를 향한 주주행동에 함께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재무구조 개선, 주주 친화정책 등을 요청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경영과 관련해 투자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사항들을 문의하는 방식으로도 적극적 활동을 펼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SM엔터테인먼트의 기업가치 개선을 위해 기관투자자끼리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11일 기준 주요 기관투자자의 SM엔터테인먼트의 지분율 합계는 32.74%로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19.49%)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힘을 합쳐 의결권을 행사하면 SM엔터테인먼트의 경영 전반에도 충분히 참여할 수 있는 셈이다.

이효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SM엔터테인먼트는 자회사의 적자가 지속되고 이익이 부진하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다른 투자자들이 KB자산운용과 의견을 함께 할 가능성이 높다"며 "KB자산운용이 제시한 세 가지 요구사항을 받아들이면 SM엔터테인먼트의 영업이익은 200억 이상 증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