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가 한진칼 투자와 관련해 돌아온 델타항공의 답변을 놓고 마냥 웃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델타항공이 한진그룹 오너일가와 KCGI 사이에서 ‘저울질’을 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한진그룹 오너일가를 겨냥한 공세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KCGI, 델타항공 '중립' 표명에 한진칼 공세로 국면전환 기회 얻나

▲ KCGI 로고.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델타항공이 KCGI에게 보낸 답변은 원론적 수준으로 예상된 내용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델타항공은 KCGI가 한진칼 투자목적을 묻는 질의에 “현재 시점에서는 한진칼의 기업지배 관행과 그레이스홀딩스의 제안 가운데 그 어느 편에도 서 있지 않다”고 답했다.

이사회의 독립적 판단에 따른 결정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지만 여전히 한진칼 투자목적을 놓고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델타항공이 사업적 측면에서 연관성이 높은 대한항공이 아니라 지주사인 한진칼에 투자한 이유나 한진칼 주가가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을 때 지분 매입을 결정한 사유 등을 둘러싼 의혹은 해소되지 않은 셈이다.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을 얼마에 사들였는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매입시기가 한진칼 주가가 고공행진을 하던 올해 5~6월경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델타항공은 손실을 볼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높은 가격에 한진칼 지분을 사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자칫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 목소리를 냈다가 한진칼 투자에서 손실을 보게 되면 델타항공 주주들로부터 배임 혐의를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런 점들은 델타항공이 단순한 지분투자가 아닌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백기사’라는 근거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델타항공이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백기사일 수 있다는 근거들을 놓고 별다른 설명을 내놓지 않으면서 델타항공이 한진그룹 오너일가와 KCGI 사이에서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라는 시선도 나온다. 

델타항공의 이번 답변서는 KCGI에게도 아직 한진그룹 오너일가와 델타항공 사이에서 노려볼 틈새가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델타항공이 ‘중립’을 선택하고 협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라면 델타항공의 등장 이후 수세에 몰리던 KCGI로서는 국면 전환을 꾀할 기회를 엿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KCGI는 델타항공의 답변서를 공개하면서 동시에 기존에 한진을 상대로 제기한 검사인 선임 신청과 한진칼을 상대로 낸 장부 등 열람허용 가처분 신청을 각각 취하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선임과 관련된 절차 등을 확인하기 위한 사건만 계속 진행하기로 했는데 한진그룹 오너일가를 겨냥한 공세를 늦추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6월에 경영복귀한 데 이어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도 비슷한 시기에 정석기업 고문 및 한국공항 고문을 맡아 경영일선에 복귀하는 등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경영 복귀 시계는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경영 복귀도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아직 한진그룹의 경영권과 상속 문제를 둘러싼 논의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오너일가들이 속속 경영 일선에 복귀하고 있는 만큼 KCGI가 한진그룹 오너일가를 상대로 압박 수위를 높일 카드를 내밀 수 있는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KCGI는 한진칼 지분 15.98%를 보유한 2대 주주로서 주주권 행사를 시도할 충분한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며 “델타항공이 한진그룹 ‘백기사’로 단정짓기 어려운 상황에서 한진그룹 지배구조와 관련된 문제점을 알리는 여론전을 통해 델타항공을 포함한 주주들로부터 지지를 확보하려는 시도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