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은상 신라젠 대표이사가 항암바이러스 ‘펙사벡’ 임상3상에서 경쟁력을 증명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펙사벡의 '무용성 평가' 발표를 앞두고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고 경쟁약품도 출시되면서 펙사벡의 가치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Who] 문은상, 신라젠의 ‘펙사벡’ 임상3상 경쟁력 증명 절실

문은상 신라젠 대표이사.


10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신라젠이 8월 내에 항암바이러스 ‘펙사벡’의 무용성 평가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

무용성 평가란 개발하고 있는 약이 치료제로서 가치가 있는지를 따져 임상 지속 여부를 판단하는 것을 말한다.

무용성 평가 결과에 따라 말기 간암 환자 600명을 대상으로 한 펙사벡의 글로벌 임상3상 지속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신라젠 관계자는 “펙사벡의 임상3상 데이터를 관찰하고 통제하는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DMC)가 무용성 평가 결과를 3분기에 발표할 것”이라며 “다만 펙사벡의 구체적 임상데이터를 공개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용성 평가 발표를 앞두고 신라젠 주가는 최근 2개월 동안 40% 가까이 떨어지는 등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펙사벡 임상3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일부 언론보도가 신라젠 주가에 악재로 작용했다.

신라젠은 펙사벡 임상3상에서 기존 간암 1차 치료제인 ‘넥사바’를 투여하기 전에 펙사벡을 투여했을 때 환자의 생존기간이 연장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글로벌 제약사 바이엘의 넥사바는 오랫동안 유일한 간암 치료제로 인정받으며 매년 약 1조 원이 넘는 매출을 내고 있는 제품이다. 펙사벡이 인체의 면역체계를 활성화해 암세포를 줄이는 면역항암제인 것과 달리 넥사바는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약을 표적항암제다.

신라젠은 펙사벡을 최초 5주 동안 투여한 다음 넥사바를 투여한 환자군과 넥사바 단독 투여군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다. 펙사벡 임상3상의 1차 평가지표는 전체 환자의 생존기간(OS)이 얼마나 늘어났느냐다.

하지만 펙사벡이 약 4~5개월 정도의 생존기간 연장 효과가 있음이 입증되더라도 투자자들은 이를 두고 유의미한 결과가 아니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라젠의 펙사벡이 그동안 큰 주목을 받은 것은 일부 간환자들에게 나타난 암이 완전히 사라진 '완전관해(CR)'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펙사벡 투입 뒤 21개월 차에 환자의 종양이 완전히 소멸된 사진을 보고 펙사벡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투자자들이 원하는 펙사벡 임상3상 결과는 기대치가 매우 높을 것으로 보인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실제 임상결과와는 상관없이 투자자들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결과라면 발표 뒤에도 신라젠 주가는 예상과 다르게 움직일 수 있다”며 “신라젠처럼 기대치가 높은 기업은 임상결과 발표 전에 시장이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지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바라봤다.

새로운 경쟁약물의 출현도 문 대표와 신라젠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2018년 8월 간암 1차 치료제로 글로벌제약사 에자이의 ‘렌비마’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팩사벡 임상3상이 처음 시작됐을 때는 간암 1차 치료제로서 넥사바 이외의 대안이 별로 없었으나 새로운 선택지가 생긴 것이다.

렌비마는 임상3상에서 환자의 무진행 생존기간(PFS)이 넥사바보다 2배 높고 전체 반응률(ORR)도 넥사바와 비교해 양호한 결과를 보여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렌비마의 전체 반응률은 41%, 넥사바는 12%였다

무진행 생존기간이란 질병이 진행되지 않거나 혹은 사망에 이르지 않는 기간을, 객관적 반응률이란 종양의 크기가 30% 이상 감소를 보인 환자의 비율을 말한다.

선민정 연구원은 “펙사벡이 종양 내 투여방식이지만 렌비마는 경구투여가 가능한 합성신약이어서 렌비마가 편의성 측면에서 우위에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신라젠은 렌비마의 상용화가 펙사벡 가치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라젠 관계자는 “신라젠은 펙사벡->넥사바->면역관문억제제 순으로 환자가 처방받을 수 있도록 임상시험을 설계해 진행하고 있다”며 “반면 렌비마는 2차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는 옵션이 없어 시장 확대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