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노사의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이 좀처럼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두 회사 노동조합 모두 올해 임단협을 서둘러 타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임금체계 개편과 인력충원, 정년연장 등 굵직한 사안들에서 회사와 의견차가 크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 노사, '정년연장' '인력충원' 견해차로 임단협 장기화 조짐

하언태 현대자동차 대표이사(왼쪽), 하부영 전국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지부장.


현대차 노사는 10일 오전 울산공장 아반떼룸에서 12차 임단협 교섭을 열었다.

임금체계를 개편을 놓고 교섭이 집중적으로 이뤄졌지만 이전과 마찬가지로 의견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노조는 임금체계 개편 문제를 통상임금과 연계하고 있다. 통상임금 소송 2심에서 패소했지만 기아차와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특별 합의를 통해 그동안 체불된 통상임금을 받겠다는 것이다.

노조는 통상임금 판결 패소의 결정적 원인으로 꼽힌 취업규칙의 시행세칙 ‘15일 미만 근무자 미지급 조항’을 폐기하라고 회사에 요구하고 있다.

하부영 전국금속노조 현대차지부(현대차 노조) 지부장은 이날 교섭에서 “임금체계 개편에 따라 단돈 1원이라도 임금삭감 논란이 발생한다면 현장 직원들의 불신이 커져 앞으로 교섭 추진이 불가능하다”며 “통상임금 소급 문제를 함께 논의하지 않으면 노조는 굳이 임금체계 개편을 논의할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노조의 주장을 사실상 거부했다. 노조의 주장을 수용하면 최소 1조 원 이상의 임금 부담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언태 현대차 대표이사는 하 지부장의 요구에 “현장에 다양한 임금체계가 존재해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임금체계 개편 논의를 통상임금 소급 문제와 연계해 진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그동안 수차례 진행된 교섭에서도 통상임금 요구와 관련해 노조에 ‘법대로 하자’ ‘법 판결을 무시하며 기아차와 같은 일률 적용을 주장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원론적 태도를 고수했다.

인력충원 문제는 현대차와 기아차 모두의 노사 협상을 공회전하게 만드는 또 다른 요인이다.

현대차 노조는 단체협약 제44조 ‘인원충원’ 규정에 따라 정년퇴직자를 대체할 인원을 뽑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규정에는 ‘회사는 자연감소와 정년퇴직 등의 이유로 결원이 생기면 자연감소자의 대체 인력은 10월 이내에 충원하며 정년퇴직자의 대체 인력은 퇴직 7일 전까지 정규직으로 충원해 업무 인수인계에 지장이 없도록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현대차는 “전문기술인력은 해마다 충원되고 있으며 지원반 문제는 현 인원으로도 라인을 가동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노조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

기아차 역시 노조의 신규 인원충원 요구에 “글로벌 경쟁기업이 미래차 시대에 생존하기 위해 인원감축 등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전체적으로 필요한 인력의 규모 자체는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이러한 환경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과거 방식처럼 무조건적으로 새 인원을 충원하는 것은 오히려 현 종업원의 고용을 위협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물론 일자리 창출처럼 사회적으로 기여해야할 부분도 많지만 기업의 생존이 가장 중요한 현재 시점에 맞는 수준에서 효율적 인력 운용 방안을 찾아내겠다는 것이다.

정년연장 문제를 놓고서도 의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현대기아차 노사, '정년연장' '인력충원' 견해차로 임단협 장기화 조짐

▲ 최준영 기아자동차 대표이사(왼쪽), 강상호 전국금속노조 기아차지부 지부장.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는 정년 연장과 관련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되고 있는 만큼 정년을 현재 60세에서 더욱 늘려야 한다고 본다.

현대차 노조는 국민연금을 수령하기 바로 직전 년도까지 정년을 연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기아차 노조는 아예 정년 시기를 65세로 못 박겠다는 태도로 협상에 나섰다.

기아차는 6월 말 실시된 4차 본교섭에서 “정년연장의 핵심적 내용은 ‘정년을 연장하면서도 과연 우리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지에 대한 확신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을 내놓는 것”이라며 “회사도 정년연장을 통해 경쟁력을 갖춘 조직이 되길 희망하지만 불확실한 미래차 시대에 누구도 위와 같은 내용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시행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사실상 수용 불가의 뜻을 내비쳤다.

현대차도 최근 열린 10차 교섭에서 노조의 정년연장 요구에 ‘사회통념상 지탄 대상’이라며 에둘러 거절 의사를 보였다.

현재로서는 임금체계 개편과 정년연장, 인력충원 문제를 놓고 어느 한쪽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 노사 협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충분하다. 두 회사 노조가 임단협 교섭 조기 타결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올해 임단협 협상에서 현대차 노조는 ‘추석 전 타결’을, 기아차 노조는 ‘여름휴가 전 타결’을 목표로 삼고 있다.

협상이 공회전하는 상황에서 현대차 노조는 회사의 취업규칙 변경(상여금 월할 지급) 시도에 반발하며 파업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회사가 두 달에 한 번씩 지급하던 상여금을 매달 쪼개 지급하는 방식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려고 하자 “노조의 동의 없는 취업규칙 변경은 불법”이라며 “이는 노동조합에 대한 선전포고이며 이를 철회하지 않으면 전면적 총파업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